'레임덕' 남경필, 돌파구가 안보인다

1%대 지지율, 초라한 성적표…재선 가능성 낮고, '레임덕' 가속화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제19대 대통령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다음 선거를 준비하라." 지난달 28일 남경필 경기지사가 바른정당 대선 경선에서 유승민 의원에 패하고 난 직후 캠프 참모진에 내린 지시다.

여기서 '다음 선거'는 내년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의미한다고 참모들은 전했다. 다시 말해 경기도지사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대권 주자들 가운데 1%대 지지율이라는 가장 초라한 성적으로 돌아온 남경필 경기지사. 이처럼 낮은 지지율 탓에 재선 성공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면서 임기가 1년 2개월여나 남았지만 벌써부터 '레임덕'(lame duck)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 "개혁 의지가 없어 보인다"

도지사 공약사업들을 점검·추진해야 할 도청 공무원들은 면피용 회의에 '눈치보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경기도 중간 간부급 한 공무원은 "요즘은 사업을 하는 시늉만 하고 있다"면서 "위에서도 지사 역점 사업에 대해서는 빨리빨리 정리해서 면피할 건 하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또 다른 도 공무원은 "얼마 전만 해도 지사 공약사업을 총괄하는 기획담당관실이 자료요구를 많이 해서 직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부서였지만, 최근에는 다른 부서로 바뀌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정체된 분위기 속에서 남 지사가 밀어붙여왔던 공약사업들도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임기 초부터 공을 많이 들인 따복공동체 사업은 이제는 결실을 맺을 때가 됐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찾기 힘든 실정이다.


이제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공유적 시장경제는 얼마나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오는 7월 도입을 목표로 했던 버스준공영제도 연말로 도입 시기를 늦추면서 힘이 빠졌다.

더욱이 이런 지사 공약사업들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측근들마저 경선 패배의 책임론을 둘러싸고 서로 반목의 골만 깊어지는 모양새다.

한 측근은 "낮은 지지율은 접어두더라도 사람들에게 남경필이 어떤 정치인인지 확실히 각인시키는 기회로 만들었어야 했다"며 "하지만 이번 경선을 보면 이미지도 메시지도 지지율도 어느 것 하나 건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측근은 "경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참모들은 스스로 전원 사퇴하고 재신임을 받는 것이 맞다"며 "하지만 경기도로 복귀한 지사를 보면 그렇게 개혁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울분을 토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제19대 대통령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가지며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윤창원기자
◇ 남 지사 "대화·협의 없인 진시황도 못 막았다"던 레임덕…자신은?

남 지사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의회와의 연정도 삐그덕거리긴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남 지사 소속의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연합하면서 의회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2당인 자유한국당의 심기를 건드렸다.

경기도의회 박승원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은 "대선 경선 이후 남 지사가 한 번이라도 양당(더민주·자유한국당) 대표를 찾아와서 바른정당을 연정 파트너로 인정해달라고 제안한 적이 없다"며 "남 지사가 연정을 하겠다는 진정한 의지보다는 대통령 선거를 위해 연정을 한 거로 밖에 평가를 못 받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남 지사에 직격탄을 날렸다.

자유한국당 최호 대표의원도 "지금 연정을 안하고 있다면 소수당을 극복하기 위해서 (연합이) 필요할 수는 있겠지만 연정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익이 없다고 본다"며 "남 지사는 지금의 연정이 잘 못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지난 2011년 초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1년 남짓을 남겨 둔 시점에서, "대화와 협의 없이는 레임덕은 진시황도 못 막았다"고 지적했던 남 지사가 이 전 대통령과 같은 처지에 놓인 형국이다.

정치권과 경기도 안팎에서는 남 지사가 지금이라도 도정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용인대 최창렬 정치학 교수는 "지금 남 지사가 할 수 있는 건 도정에 전념하고, 진정성 있게 도민들을 위한 정책을 폄으로써 자신의 경쟁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며 "그리고 대선이 끝난 뒤 바뀌는 정치지형을 지켜봐야 재선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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