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다음 선거'는 내년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의미한다고 참모들은 전했다. 다시 말해 경기도지사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대권 주자들 가운데 1%대 지지율이라는 가장 초라한 성적으로 돌아온 남경필 경기지사. 이처럼 낮은 지지율 탓에 재선 성공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면서 임기가 1년 2개월여나 남았지만 벌써부터 '레임덕'(lame duck)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 "개혁 의지가 없어 보인다"
도지사 공약사업들을 점검·추진해야 할 도청 공무원들은 면피용 회의에 '눈치보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경기도 중간 간부급 한 공무원은 "요즘은 사업을 하는 시늉만 하고 있다"면서 "위에서도 지사 역점 사업에 대해서는 빨리빨리 정리해서 면피할 건 하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또 다른 도 공무원은 "얼마 전만 해도 지사 공약사업을 총괄하는 기획담당관실이 자료요구를 많이 해서 직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부서였지만, 최근에는 다른 부서로 바뀌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정체된 분위기 속에서 남 지사가 밀어붙여왔던 공약사업들도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임기 초부터 공을 많이 들인 따복공동체 사업은 이제는 결실을 맺을 때가 됐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찾기 힘든 실정이다.
이제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공유적 시장경제는 얼마나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오는 7월 도입을 목표로 했던 버스준공영제도 연말로 도입 시기를 늦추면서 힘이 빠졌다.
더욱이 이런 지사 공약사업들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측근들마저 경선 패배의 책임론을 둘러싸고 서로 반목의 골만 깊어지는 모양새다.
한 측근은 "낮은 지지율은 접어두더라도 사람들에게 남경필이 어떤 정치인인지 확실히 각인시키는 기회로 만들었어야 했다"며 "하지만 이번 경선을 보면 이미지도 메시지도 지지율도 어느 것 하나 건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측근은 "경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참모들은 스스로 전원 사퇴하고 재신임을 받는 것이 맞다"며 "하지만 경기도로 복귀한 지사를 보면 그렇게 개혁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울분을 토했다.
남 지사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의회와의 연정도 삐그덕거리긴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남 지사 소속의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연합하면서 의회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2당인 자유한국당의 심기를 건드렸다.
경기도의회 박승원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은 "대선 경선 이후 남 지사가 한 번이라도 양당(더민주·자유한국당) 대표를 찾아와서 바른정당을 연정 파트너로 인정해달라고 제안한 적이 없다"며 "남 지사가 연정을 하겠다는 진정한 의지보다는 대통령 선거를 위해 연정을 한 거로 밖에 평가를 못 받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남 지사에 직격탄을 날렸다.
자유한국당 최호 대표의원도 "지금 연정을 안하고 있다면 소수당을 극복하기 위해서 (연합이) 필요할 수는 있겠지만 연정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익이 없다고 본다"며 "남 지사는 지금의 연정이 잘 못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지난 2011년 초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1년 남짓을 남겨 둔 시점에서, "대화와 협의 없이는 레임덕은 진시황도 못 막았다"고 지적했던 남 지사가 이 전 대통령과 같은 처지에 놓인 형국이다.
정치권과 경기도 안팎에서는 남 지사가 지금이라도 도정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용인대 최창렬 정치학 교수는 "지금 남 지사가 할 수 있는 건 도정에 전념하고, 진정성 있게 도민들을 위한 정책을 폄으로써 자신의 경쟁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며 "그리고 대선이 끝난 뒤 바뀌는 정치지형을 지켜봐야 재선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