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테스트, '봄 타는 기자'가 직접 해봤더니…

오글거려도 효과 있는 우울증 예방법은?

우울증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화할 수도 있다. (그래픽=강인경 디자이너)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요새 이 광고 카피가 자주 생각나는 걸 보니 봄이 온 게 분명하다. 집중력은 떨어지고 몸은 천근만근이다. 괜히 애먼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다 보니 갈수록 짜증만 는다.

혹시 봄 타나? 봄철에 식욕이 떨어지거나 몸이 나른해지면 흔히 봄을 탄다고 표현하는데, 이런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봄철 우울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정확한 용어로는 '계절성 우울증.' 계절이 바뀌면 기온과 일조량이 변화하면서 호르몬 불균형을 일으켜 우울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를 방치하면 만성 질환으로 굳어질 수도 있어서 적절한 상담이나 치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기자는 지금 단순히 봄을 타는 걸까, 아니면 우울증일까?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우울증 자가검진 사이트를 통해 직접 우울증 여부를 진단해봤다.

우울증을 자가진단할 수 있는 서울시 정신건강 프로그램 '마음터치' 화면 캡처
첫 질문은 이랬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일들이 괴롭고 귀찮게 느껴졌다' (맞아맞아. 요새 만사가 귀찮으니 높은 점수를 매겨야지.)

'먹고 싶지 않았고 식욕이 없었다'
(식욕도 좀 줄면 좋겠는데 매끼 꼬박꼬박 챙겨 먹는 나랑은 전혀 관련이 없는 단어네. '극히 드물게'로 체크하는 수밖에.)

'앞일이 암담하게 느껴졌다'
(이건 진리다. '헬조선'에서 집 사고, 애 키울 생각을 하면 늘 앞날이 캄캄하지. '거의 대부분'에 표시해야 해.)

이런 식으로 총 20개의 질문에 답하고 나니 곧바로 점수가 나왔다. 결과는 10점. 다행히 우울증은 아니었다.

"귀하는 종종 우울감을 경험하나 정상 범위에 속하고 있습니다. 평소 정기적인 검진과 관리를 통해 우울증을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그래픽=강인경 디자이너)
국내 우울증 환자가 60만 명을 넘어섰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정신건강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다.

하지만, 우울증을 인지하고 전문가를 찾아 치료를 받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84주였다. 미국은 52주, 영국은 30주다. 그만큼 한국에서는 병원 문턱을 넘기까지 주저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실제로 우울증으로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는 15%에 그쳤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정신질환을 드러내기 꺼려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이다.

뉴스를 곱씹어 보자. 최근 인천에서 8살 초등학생을 살해한 10대 소녀가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그녀가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다가 질환이 악화해 조현병 판정을 받은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산후 우울증을 앓던 여성이 자신의 자녀를 살해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끓으려 했다는 소식은 해마다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처럼 마음의 병을 방치하면 사회적 병이 된다.

우울증 환자에게 이런 말은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래픽=강인경 디자이너)
전문가들이 일상생활에서 권장하는 우울증 예방법은 '대화하기'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7일 세계 보건의 날을 맞아 정했던 주제도 '우울증, 대화합시다'였다.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일상생활에서 대화하는 것은 우울증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대화가 상투적인 응원이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내용이라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화하는 것이 좋을까?

최근 누리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글을 참고할 만하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게시판 '뿜'에 올라온 한 누리꾼 가족의 우울증 극복담이다.

오글거려도 좋으니 일단 해보자. (그래픽=강인경 디자이너)
"우리 아빠 우울증이라서 가족끼리 아빠 출근할 때 안아주고 그런단 말이야. 진짜 오글거리는데 효과는 굿임"

오글거려도 좋으니 일단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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