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이 광고 카피가 자주 생각나는 걸 보니 봄이 온 게 분명하다. 집중력은 떨어지고 몸은 천근만근이다. 괜히 애먼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다 보니 갈수록 짜증만 는다.
혹시 봄 타나? 봄철에 식욕이 떨어지거나 몸이 나른해지면 흔히 봄을 탄다고 표현하는데, 이런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봄철 우울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정확한 용어로는 '계절성 우울증.' 계절이 바뀌면 기온과 일조량이 변화하면서 호르몬 불균형을 일으켜 우울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를 방치하면 만성 질환으로 굳어질 수도 있어서 적절한 상담이나 치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기자는 지금 단순히 봄을 타는 걸까, 아니면 우울증일까?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우울증 자가검진 사이트를 통해 직접 우울증 여부를 진단해봤다.
'먹고 싶지 않았고 식욕이 없었다'
(식욕도 좀 줄면 좋겠는데 매끼 꼬박꼬박 챙겨 먹는 나랑은 전혀 관련이 없는 단어네. '극히 드물게'로 체크하는 수밖에.)
'앞일이 암담하게 느껴졌다'
(이건 진리다. '헬조선'에서 집 사고, 애 키울 생각을 하면 늘 앞날이 캄캄하지. '거의 대부분'에 표시해야 해.)
이런 식으로 총 20개의 질문에 답하고 나니 곧바로 점수가 나왔다. 결과는 10점. 다행히 우울증은 아니었다.
"귀하는 종종 우울감을 경험하나 정상 범위에 속하고 있습니다. 평소 정기적인 검진과 관리를 통해 우울증을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우울증을 인지하고 전문가를 찾아 치료를 받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84주였다. 미국은 52주, 영국은 30주다. 그만큼 한국에서는 병원 문턱을 넘기까지 주저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실제로 우울증으로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는 15%에 그쳤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정신질환을 드러내기 꺼려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이다.
뉴스를 곱씹어 보자. 최근 인천에서 8살 초등학생을 살해한 10대 소녀가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그녀가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다가 질환이 악화해 조현병 판정을 받은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산후 우울증을 앓던 여성이 자신의 자녀를 살해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끓으려 했다는 소식은 해마다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처럼 마음의 병을 방치하면 사회적 병이 된다.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일상생활에서 대화하는 것은 우울증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대화가 상투적인 응원이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내용이라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화하는 것이 좋을까?
최근 누리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글을 참고할 만하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게시판 '뿜'에 올라온 한 누리꾼 가족의 우울증 극복담이다.
오글거려도 좋으니 일단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