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2시쯤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이틀 전 부산 소녀상을 철거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던 A(78)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평화의 소녀상 주변에 경찰과 소녀상 지킴이 등 50여 명의 인파가 몰린 것을 본 A씨는 다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위를 살피던 A씨는 갑자기 소녀상으로 달려들며 발길질을 하려 했다.
하지만 미리 자리를 지키던 경찰이 A씨를 막아서 소녀상이 훼손되는 일은 피할 수 있었다.
경찰에 가로막힌 A씨는 "평화의 소녀상 때문에 일본과 가까워지지 못하고 있다"며 소리를 지르는 등 한때 소동을 일으켰다.
A씨는 이어 "우리나라와 일본은 예로부터 한 핏줄이라는 말을 듣고 배워왔다"며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우리 국민 때문에 일본과의 관계가 단절되고 세계적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여 분 동안 소동을 일으킨 A씨는 중재에 나선 경찰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한편 A씨가 소동을 일으키자 소녀상을 지키고 있던 시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민 김상금(68)씨는 "일본의 만행은 이미 확인된 역사적 사실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와 살아계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도 수없이 많다"며 "이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해 소녀상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역사 교육을 강화해 이 같은 소녀상 훼손 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씨가 소녀상을 훼손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불미스러운 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A씨의 행동을 막아섰다고 말했다.
부산 동부경찰서 관계자들은 "A씨가 소녀상을 훼손하거나 흉기 등을 소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형사처분 대상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국민 정서에 거스르는 불미스러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현장에 나가 A씨의 행동을 막고 중재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한편 A씨는 애초 일본 총영사를 만나고 소녀상을 철거할 때까지 자리를 지키겠다고 밝혔으나 이날 오후 다시 상경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달 16일에도 서울 종로구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을 훼손하려다 신고를 받은 경찰에게 가로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