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지난 13일 대선토론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640만 달러를 수뢰했다"고 단정했다. 검찰 수사발표를 근거로 제시했지만, 재판에서 확정된 사실은 없다. 노 전 대통령도 생전에 도의적 책임은 인정했으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홍 후보는 토론에서 "노 전 대통령이 640만불 뇌물 수수할 때 알았느냐, 몰랐느냐"고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실장 출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공격했다. 홍 후보는 "이미 대검 중수부에서 발표했던 것이다. 송금 계좌까지 다 나왔다"고 말했다.
홍 후보가 '수뢰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면 맞는 말이 될 수 있었지만, '수뢰했다'는 주장은 사실로 단정하기 어렵다. 재판 없이 사건이 종결된 이상, 범죄사실 여부는 밝혀진 게 없다.
같은 이유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는 문 후보의 토론회 반박 역시 사실이라기에 부족하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기지 않은 것은 '무혐의'여서가 아니라, '재판에 넘길 대상'이 없어서였다.
검찰 발표 등에 따르면 박연차 회장의 돈은 △2007년 6월 부인 권양숙 여사에게 100만 달러 △2007년 9월 딸 정연씨에게 40만 달러 △2008년 2월 아들 건호씨 및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500만 달러가 건네졌다.
검찰은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공소권없음' 결정을 내리고 불기소 처분했다. 서거 뒤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등 수사행태가 도마에 올랐고 임채진 총장도 옷을 벗었다. 재판으로 사실관계가 가려지지 않은 이상 '뇌물을 받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상태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7일 사과문에서 "(수뢰 혐의 표적이 된 정상문 전 비서관이 아니라) 저의 집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이라며 100만 달러 부분 도의적 책임을 인정했지만, 500만 달러 혐의는 "성격상 투자이고, 직무가 끝난 후의 일"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소환조사 때도 '100만 달러가 오간 것은 수사 과정에서야 알았고, 500만 달러 투자 건은 재임 후에 알았다'고 법리 다툼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500만 달러 혐의의 성립 여부에는 돈이 오간 시점 탓에 다툼 소지가 있다. '2008년 2월'은 퇴임 직전이고, 전년도 12월 대선 이후 사실상 권력을 상실한 노 전 대통령의 처지를 감안할 때 '뇌물'이 맞는지 논란이 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지난 14일 논평에서 "검찰은 즉시 재수사에 착수하고, 노무현 일가의 불법 수익을 즉각 환수해야 한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특수통' 전직 검사는 이에 대해 "책임을 노 전 대통령에게 지운 수사였고, 고인이 다 떠안고 가신 마당에 재수사는 어렵다고 본다"며 "정치적 공세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