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단원고 학생 될 수도…" 학교로 옮겨진 세월호

박근혜 정부 몰락·세월호 선체 인양으로 주목받는 세월호 계기교육

율천고 연극부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세월호를 주제로 한 연극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구민주 기자)
"영서야! 우리 살 수 있겠지?" "당연하지. 우리 살 수 있어…." "하지만 만약에…" "야! 그런 소리 마. 우리 살 수 있어!" "살고 싶다. 진짜 살고 싶어…." "나도…"

교복을 입은 두 여학생의 대화가 시작되자, 시청각실의 '시끌벅적'한 소리들은 어둠과 함께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침몰하는 세월호 안에서 누군가의 구원을 애타게 기다려야 했던 단원고 학생들. 그들의 '절망'이 연극으로 되살아나자 학생들은 숨죽인 채 앞을 응시했다.

"기억해주세요! 우릴 잊지 말아주세요!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나흘 앞둔 지난 12일 오후 3시 경기도 수원 율천고. 연극부 학생들의 절규에 가까운 몸짓은 지켜보는 이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2학년 박슬기(17·여) 학생은 "잊어갈 때쯤에 연극을 보고 다시 한 번 더 기억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앞으로 절대 잊지 못할 거 같다. 너무 슬프고, 같은 학생으로서 너무 안타깝고, 해줄 수 있는 일은 그래도 기억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눈물로 볼을 적셨다.

같은 학년 이하은(여) 학생은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닌데, 고쳐지지 않는 게 이상하고, 대처도 너무 느린 것 같다"며 "사람들이 많이 다칠 일을 아니었는데, 이렇게 큰 일로 번져 나가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율천고 연극부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세월호를 주제로 한 연극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구민주 기자)
◇ 박근혜 탄핵·세월호 인양과 함께 떠오른 '세월호 교육'

박근혜 정부에서 금기시됐던 세월호 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세월호 선체 인양에 힘입어 세월호 계기교육이 서서히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율천고 연극부를 지도해온 홍영신(44·여) 교사는 "학생들이 사회적으로 부당한 일에 모른 채 하지 않고 자신과 상관있는 일로 인식하고, 동참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정서적인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공연을 통해서 그런 정서적인 공감들을 갖게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홍 교사는 이어 "지난해에는 학교 밖에서 공연을 했었는데, 올해는 각 학년 부장 선생님들께 부탁을 드렸는데, 흔쾌히 허락을 해주셔서 학내 공연을 할 수 있었다"며 지난해와는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세월호 계기교육이 또 다시 논란을 일으키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최근 경기도 안산의 한 중학교에서는 관리자급 교사가 다른 교사들에게 계기교육 자제를 촉구하는 메시지와 한 언론매체의 칼럼을 보냈다가 교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사과를 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 교육부 "4·16 교과서 이용은 안돼" vs 전교조 "교사의 수업권 침해"

세월호 계기교육이 활기를 띄고 있는 가운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소속 교사 266명이 자체 발간한 4·16 교과서를 이용해 수업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 교과서를 수업에 활용할 경우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충돌이 예상된다.

이 교과서는 지난해 전교조가 자체 발간한 것으로 현재까지 1만부가 학교 현장에 보급됐다. 교과서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부는 4·16 교과서가 학생들의 발달 수준에 맞지 않다고 판단, 교과서를 학생들에게 배부하거나 일부 발췌해 사용할 경우 등을 조사해 징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전교조 관계자는 "정부 기관이 수업자료에 대해 활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교사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조치"라며 "전교조는 4·16 교과서를 활용한 수업뿐만 아니라 노란 리본 만들기, 종이배 접기 등 다양한 세월호 관련 추모 활동들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