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P플랜 시 득보다 실 크다…막판 합의 가능성도

(사진=자료사진)
국민연금이 채무조정안에 반대하면서 대우조선이 법정관리로 넘어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은 커지 않겠지만 대우조선의 정상화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국민연금이 채무조정안을 끝내 수용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법정관리의 일종인 P플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P플랜 하에서 정상화 일정이 차질을 빚지 않으려면 파장을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신속히 법원의 회생 인가가 떨어져 회생절차에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거래채권 파악, 법원과의 사전 협의 등 P플랜에 필요한 준비작업을 착실히 진행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추가 감자 등을 통해 국책은행이 손실분담을 더 해야한다는 국민연금의 요구에 대해서는 당국이나 산은 모두 더이상 양보는 없다며 단호한 입장이다. 또 국민연금이 대우조선에 대해 직접 실사를 하겠다는 주장도 채권 만기일 등을 고려할 때 현실성이 없다고 본다.

산은 고위관계자는 "산은은 대우조선에 지원을 한 입장이라면 국민연금은 투자를 한 것"이라며 "투자에 따른 손실을 같은 채권자에게 보전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채권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2조9천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한 만큼 국민연금은 자사의 실리 측면에서도 대우조선 회생을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P플랜이 실제 가동되면 법원에 의해 채무조정 등의 구조조정이 신속하게 진행되는 장점도 있다. 또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도 크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오래 전부터 노출되고 대비해 왔던 사안이기 때문이다.

다만 선박 발주 취소 사태를 초리해 대우조선 정상화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문제다.

현대경제연구원 정민 연구위원은 "P플랜에 들어가게 된다면 채무조정에서는 효율적으로 되는 측면도 있지만 현재 받은 수주 자체가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리스크들이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발주취소, 수주악화 등으로 동남권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채권자들의 손실도 자율적 채무재조정에 비해 1조 이상 늘어난다. 삼정KPMG가 분석에 따르면 자율조정 시 이해당사자의 채권손실액은 모두 3조1천478억원이지만 P플랜은 4조 3천815억원으로 1조2천337억원 더 많아진다.

상거래채권 등을 변제해야 하기 때문에 회생을 위해 추가 투입해야할 자금 규모도 당초 2조9천억원에서 훨씬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을 제외한 은행 등 나머지 채권단은 대부분 채무조정안을 수용하겠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오는 17~18일 열리는 사채권자집회에서 국민연금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대우조선의 운명이 좌우된다.  

국민연금은 사채권자 집회 전에 투자위원회를 열어 입장을 정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으로서도 금융당국의 안을 선뜻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 대우조선이 끝내 회생에 실패할 경우 투자금을 모두 날리게 되는 만큼 책임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지난 2015년 8월에도 조기 상환 요구권을 행사하려다 산은이 지불 유예를 요청하며 10월 4조 2천억 원을 투입하면서 유야무야 된 적이 있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도 사실상 정부의 대우조선 지원에 동조했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더구나 국민연금이 청와대 압력에 의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면서 1천4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초래한 사실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드러나 여론의 따가운 비판을 받은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P플랜으로 갈 경우 사회, 경제적 파장과 부담이 적지 않고, 조정안에 동의하는 것이 실리 측면에서 유리한 만큼 국민연금이 막판에 채무조정안을 수용할 것이란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