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보강수사를 해놓고 영장 내용은 오히려 줄여 '조직적인 봐주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3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검찰이 청구한 우 전 수석 구속영장의 분량은 20쪽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앞서 특검이 청구했다가 법원이 기각한 영장의 절반 수준이다.
특검의 영장이 40쪽에 달하는 것은 국정농단과 관련한 직권남용과 직무유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의 영장은 이런 부분이 상당부분 생략됐다.
범죄 사실도 특검때보다 상당히 줄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특검 영장과 비교하니 범죄사실 부분의 분량이 1/3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특검이 넣은 것 중에 불확실한 부분은 영장 기각에 빌미를 줄수 있어 일부 줄였다"고 설명했다.
영장의 분량이 구속여부를 가르는데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지만, 그만큼 우 전 수석 처벌에 대한 의지가 약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변호사는 "영장 청구서를 간결하게 쓰는 경우는 정말 자신이 있거나, 구속에 대한 의지가 약하거나 둘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범죄사실 분량을 대폭 축소하면서 구체적인 이름 등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영장을 본 사람들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특검에서 특검법상 제약으로 수사하지 못한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도 넣지 않은 반면 특검에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부분을 영장에 포함시키면서 '부실 영장'을 자초했다.
지난 21014년 6월 우 전 수석이 세월호 구조에 실패한 해경 수사를 맡은 광주지검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해경 상황실 전산서버를 압수수색을 방해한 사실을 확인됐다.
검찰은 하지만 결과적으로 해경 상황실 전산서버를 압수수색을 했기 때문에 직권남용이 안된다고 판단하고 영장에선 빼버렸다.
하지만 우 수석이 "영장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 아니냐"며 딴죽을 걸어 수사팀은 발길을 돌렸고, 영장을 다시 받아서 압수수색을 하면서 수사가 지연됐다.
이 때문에 해경에서는 자료를 은닉하는 등 압수수색에 대비했을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수사팀은 같은 해 6월3일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놓고도 지방선거(6월4일)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우 전 수석과 법무부가 반대해 집행시기를 연기하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은 또 해경 123정장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도 반대해 좌절시켰다.
이런 부분에 대해 제대로 수사를 했다면 충분히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찰 특수부 출신 변호사는 "검찰 해석대로 미수에 그친 것이 아니라 실제 수사가 방해를 받아 늦춰졌다면 직권남용으로 볼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특검에서 기초수사를 마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에 대한 수사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수사를 하지 않았다.
이는 김수남 총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찰 수뇌부가 연루됐기 때문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특검에서 특검법상 한계로 수사하지 못한 △가족회사 ‘정강’ 관련 탈세.횡령과 △변호사시절 수임료 등 개인비리 부분도 검찰의 영장에서 빠졌다.
검찰은 이와 반대로 특검에서 혐의가 불분명해 수사를 중단한 부분을 포함시켰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5월 최순실씨가 K스포츠클럽과 연계한 이권사업을 돕기 위해 기존의 다른 스포츠클럽을 조사했다.
특검도 이 부분을 들여다봤지만 크게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덮어둔 것인데 검찰은 '히든 카드'로 활용한 셈이다.
이 때문에 검찰의 영장 청구가 형식적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도 "기각을 바라고 영장을 청구한 것 같다"며 "검찰이 걸린 부분 다 빼고 앙상한 가지만 남겨서 영장을 청구하니 기각될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