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프랑스 월드컵 출전권을 노리는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 역시 힘들게 북한의 땅을 밟았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지난 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예선전을 치르기 위해 북한 평양으로 이동했다. 직항 비행기가 없어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야하는 힘든 일정이었다. 취재진 역시 선수단과 같은 방식으로 북한으로 향했다.
베이징에서 하루 휴식을 취하고 3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2015년 새로 지어진 공항은 평소 생각하고 있던 북한의 이미지를 뒤집을 만큼 깨끗했다. 공항 직원은 환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맞이했다. 그러나 경계심도 가득했다. 짐을 모두 꺼내고 취재를 위해 챙겨온 노트북 검사까지 모두 마치고서야 공항을 나설 수 있었다.
그러나 대표 거리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황폐한 농토가 대부분이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표정 역시 밝지 않았다. 균열이 간 고층건물도 곳곳에 보였다. 만수대에 있는 김일성, 김정일의 동상만이 가장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띠고 있었다.
인터넷은 우려와 달리 원활하게 사용 가능했다. 구글, 페이스북 등 여러 사이트를 접속하는 데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다만 민화협 관계자들은 취재진이 자판을 두드리면 옆에서 지켜보기 바빴다. 혹여나 북한에 안좋은 내용이 포함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였다. 카메라로 바깥 풍경을 찍어도 어떤 용도로 쓸 것인지 물어보는 등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대화에도 신중을 기해야 했다. 북한, 남조선이라는 단어는 사용해선 안됐다. 서로를 남측과 북측으로 칭해 불러야 했다. 실수로 한국, 북한 등의 표현이 나오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 밑에서는 담배도 피우면 안됐다. 사진을 찍더라도 초상화가 카메라 가운데 오게끔 해서 찍어야 했다.
평양의 저녁은 암흑 그 자체였다. 한국의 화려한 야경과는 상반되는 풍경이 펼쳐졌다. 민화협 관계자는 "전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아낄 땐 아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도 김정일, 김정은의 초상화가 걸린 곳은 은은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전력을 아끼더라도 초상화에 불이 꺼지는 일은 없었다.
◇ 한민족? 김정일경기장에서는 '남남'
북한은 이번 아시안컵 예선을 발판삼아 계속해서 국제대회를 유치할 계획을 세웠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북한이 10월 열리는 AFC 19세 이하(U-19) 챔피언십 예선도 유치하려 한다. 때문에 대회 진행과 관련한 AFC의 요청에 협조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경기장에서는 AFC 규정에 맞추려는 모습이 고스란히 보였다.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인공기, AFC 깃발과 함께 태극기도 게양됐다. 애국가 역시 크게 울려 퍼졌다.
그러나 경기 운영에서는 적잖은 허점을 드러냈다. 선발출전명단과 경기 기록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 정보를 알려주는 북측 인사도 없었다. 한국 취재진과 북한 선수들의 접촉도 원천봉쇄 했다.
이러한 응원은 남북전이 열린 7일 절정에 달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북한의 만원 관중은 한국에 일방적인 야유를 쏟아냈다. 전반 5분 양 팀 선수들 간의 신경전이 벌어지자 야유의 강도는 더 거세졌다. 경기가 1-1로 끝나자 응원단은 침묵에 빠졌다. 선수들 역시 고개를 푹 숙인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북한을 떠나는 일도 쉽지 않았다. 11일 오전 11시20분 비행기로 중국 선양으로 떠날 예정이었지만 비행기는 아무런 설명 없이 오후 4시30분으로 연기됐다. 이유를 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사정이 있다"는 것뿐이었다. 이마저도 또 연기돼 5시가 넘어서야 평양을 떠날 수 있었다.
비행기가 압록강을 넘을 때쯤에는 "손님 여러분, 저희는 지금 조·중(조선-중국) 국경선인 압록강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저 압록강의 푸른 물결은 오들도 조국 광복을 위해 바치신 위대한 수령 김일성 장군의 불멸의 혁명 업적을 노래하고 있습니다"라는 기내 방송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비행기의 모니터에는 김일성, 김정일을 찬양하는 모습이 계속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