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상승세에 대해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평가 절하했지만, 주말을 기점으로 양자는 물론 다자구도 여론조사에서도 대접전이 벌어지자 메시지 전략을 수정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선 것이다.
문 후보는 당 내부를 향해 "용광로에 찬물을 끼얹는 인사가 있으면 누구라도 좌시 않겠다"고 전례없이 강한 어조로 통합을 촉구했다.
당 밖을 향해서도 논란이 됐던 '적폐세력 청산' 대신 '부패 수구 기득권세력 청산'을 주장하며 국정농단 세력을 뺀 세력들의 통합을 도모하고 있다.
◇선대위 첫 회의서 文 "당내 통합‧화합 걸림돌, 직접 나서 치울 것"
문 후보는 10일 선대위 첫 회의에서 "최근 선대위 구성과 관련된 당내 갈등은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국민 앞에 송구하고 면목 없는 일"이라며 "어제를 끝으로 인선이나 자리를 놓고 어떤 잡음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당부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유가 뭐든 화합과 통합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국민이 용납 않을 것"이라며 "오늘 이후로 용광로에 찬물을 끼얹는 인사가 있으면 그 누구라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고, 통합과 화합의 걸림돌이 있으면 제가 직접 나서 치우겠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특히 "이번에 정권교체를 못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 분골쇄신과 사즉생의 각오로 반드시 이기자"라며 "낙관과 안일, 자만, 오만을 버리고 매일 각성해야 한다. 더 낮게, 겸손하게, 치열하게 하지 않으면 결코 이길 수 없다"고 호소했다.
문 후보의 이런 발언은 안철수 후보의 급등세에 대한 위기감과 이른바 '진짜 정권교체'를 위한 절박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 측은 원내 40석의 국민의당이 보수층의 지지로 집권할 경우 국정농단의 뿌리인 부패기득권세력 청산이 또 다시 좌절될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
특히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오차범위 내 초접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당내 갈등 같은 작은 '실점 요소'만으로도 판세가 뒤바뀔 수 있는 살얼음판 정국인 점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안철수 지지=적폐세력' 오해 불러 '적폐세력 청산' 표현 안 쓰기로"
문 후보 측은 전면에 내세워온 '적폐세력 청산' 메시지 전략도 수정하기로 했다.
문 후보는 이날 회의에서 "남은 한 달동안 우리는 두 가지와 맞서야 한다. 하나는 정권을 연장하려는 부패기득권세력이고 또 하나는 (우리)자신"이라며 '적폐세력 청산' 대신 '부패기득권세력 청산'을 주장했다.
이런 전략 수정은 문 후보가 안철수 후보에 대해 "적폐세력과 손을 잡고 적폐세력의 지지를 받는다"고 규정한 뒤 당초 의도와 다르게 "안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적폐세력이냐"는 역풍이 불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칭범위가 모호해 대상이 넓어질 수 있는 '적폐세력'보다 '부패기득권세력'으로 청산대상을 한정해 더 많은 이들을 통합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당 밖 통합행보의 신호탄으로도 해석된다.
여기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수감 이후 적폐청산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상대적으로 잦아들었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진성준 선대위 미디어본부 부본부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후보가) '국정농단세력 및 헌정질서 유린세력과 그와 결탁한 일부 기득권 세력들이 안철수 후보를 앞세워 정권 연장을 획책한다'는 말을 하면서 안 후보에 대해 '적폐세력이 지지하는 후보'라는 말을 한 것을 두고 '안 후보를 지지하면 모두 적폐세력이냐'고 오해되고 해석되는 측면이 있었다"며 메시지 전략 수정 배경을 설명했다.
진 부본부장은 이어 "앞으로는 가급적 '적폐세력'보다 '부패기득권세력'으로 (용어를 변경)해서 마치 국민 일반을 지칭하는 것처럼 읽히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문재인 대 안철수'의 양강 구도가 이어지더라도 '진짜 정권교체'라는 전략의 기본 방향은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진 부본부장은 "누가 정권교체라는 시대적 요구와 국민적 요구를 제대로 받을 후보이고 그렇지 않은 후보인지 선명하게 드러내고, 정권교체 이후 이른바 적폐청산을 통해 국민의 삶을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 정책과 비전으로 더 차분하게 설명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