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슨 항모전단 전진배치는 일단은 북한과 중국에 대한 동시 압박용이지만, 북한이 그럼에도 도발을 감행할 경우,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긴장은 한층 더 높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칼빈슨 항모전단은 싱가포르에 기항한 뒤 당초 호주로 향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한반도로 경로를 수정했다.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현지 시간으로 9일 칼빈슨호의 한반도 이동은 "서태평양(동해) 일대에서 준비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은 오는 15일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 추가 핵실험 또는 미사일 발사를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 5일 북한이 향후 한 달 안에 추가로 핵실험 또는 미사일 도발을 할 확률이 무려 78%에 달한다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강력한 전략자산을 배치해 1차적으로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북핵 문제를 평화적 해법으로 풀 수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서로 협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의 태도변화가 있어야 대화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전제를 깔았다. 이에 따라 중국은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모종의 조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의 조치가 별 효과가 없다면 미국은 북핵 저지를 위해 독자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고, 독자행동으로는 모든 옵션을 고려 중이라는 점을 미국 측은 강조하고 있다.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미중 양국 정상이 합의를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전 범위(full range)의 옵션을 준비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칼빈슨 항모전단 전진배치는 1차적으로는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는 한편, 중국에 대해서도 북한을 움직일 해법을 제시하라는 미국의 압박 메시지로 풀이할 수 있다.
항공모함 칼빈슨호는 항공기 60대와 병력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떠다니는 공군 기지다. 또 2척의 유도미사일 구축함과 1척의 순양함이 칼빈슨 호를 호위한다. 웬만한 국가의 국방력을 능가하는 칼빈슨 항모전단이 한반도에 배치된 것이다.
일단은 북한과 중국에 대한 압박용이라고는 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김정은 정권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을 감행할 경우 한반도 정세는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접어들 수 있어,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은 한층 더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