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변화는 스트라이크존의 확대다. 중계 기술의 발달과 화끈한 타격전을 장려한 KBO의 움직임에 다소 좁았던 심판들의 스트라이크존이 올해부터는 조금씩 넓어지는 추세다.
KBO 리그 최고 포수로 꼽히는 양의지(두산)는 "확실히 존이 넓어졌다"고 말한다. 명투수 출신 양상문 LG 감독도 "공 1~2개 정도는 볼이었던 게 스트라이크가 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존이 넓어지면 투수들이 유리해지고 타자들이 불리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카운트가 몰리면 좋은 타격이 나오기 어렵다. 반대로 실투도 줄어든다. 때문에 장타의 가능성도 떨어질 수 있다. 올 시즌 홈런왕 커트 라인도 내려갈 수 있다. 4년 만에 40개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적잖다.
▲'타고투저 바람' 3년 연속 40+ 홈런왕
타고투저 바람이 불기 전인 2013년 홈런왕은 넥센에서 뛰던 박병호(현 미네소타)였다. 그해 128경기에서 37개를 넘겼다. 2012년에도 홈런왕이었던 박병호는 133경기에서 31개였다. 2011년 삼성 최형우(현 KIA)는 133경기 30홈런으로 1위였다.
그런 박병호는 2014년 128경기에서 무려 52홈런을 터뜨렸다. 개인적인 기량과 파워가 무르익기도 했지만 타고투저 바람이 거셌던 시즌이었다.
외국인 야수 제도가 부활해 강타자들이 많아져 투수들이 피해갈 타순이 적어진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해 리그 전체 타율과 평균자책점(ERA)은 역대 최고인 2할8푼9리와 5.21을 찍었다.
2015년 존이 조금 조정됐지만 타고 바람은 이어졌다. 박병호가 140경기 53홈런을 때려냈고, NC 소속이던 에릭 테임즈(현 밀워키)는 140경기 47홈런에 40도루로 역대 최초 40-40클럽을 개설했다. 야마이코 나바로(당시 삼성)도 48홈런을 쏘아올렸다.
박병호가 MLB로 떠난 지난해는 홈런왕의 커트라인이 다시 40개로 내려갔다. 테임즈와 최정(SK)이 공동 1위였다. 다만 테임즈는 음주 파문으로 정규리그 막판 8경기를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홈런 수는 더 늘었을 것이었다.
▲'MLB 경험' 이대호, 홈런왕 유리할 수도
이런 추세라면 올해 홈런왕 커트라인은 40개 이상에서 형성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박병호에 이어 테임즈까지 미국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40개 이상을 때려낼 거포 후보가 적다. '소년장사' 최정이 다시금 커리어 하이를 찍으면 가능할 수 있다.
5일까지 각 팀들이 4경기를 치른 가운데 홈런 1위는 모두 5명으로 2개씩을 때려냈다. '돌아온 빅 보이' 이대호와 팀 동료 강민호(이상 롯데), 나지완(KIA), 닉 에반스(두산), 조니 모델(kt) 등이다.
이들 중 이대호는 2010년과 2006년 홈런왕 출신이다. 특히 이대호는 투고타저 시대였던 2010년 무려 44홈런을 때려냈다. 그해 이대호는 도루를 뺀 공격 전 부문 7관왕의 위업을 이뤘다.
이대호는 올해 타율 5할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강민호, 최준석, 손아섭 등 다른 타자들도 강해 상대의 집중 견제를 뚫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마수걸이포를 터뜨린 2011년 홈런왕 최형우(KIA)는 2015년 33홈런이 커리어 하이다. 에반스를 비롯한 다른 외인 타자들은 현재 타율 3할 미만으로 리그 적응 중이다. 과연 올해 홈런왕은 누가 될 것인가. 또 과연 40개 이상 커트 라인을 유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