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출발은 '쾌조'…과제도 산적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서비스 출범 기념식에 참석한 내빈들이 출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가 영업 첫날 고객이 2만명을 돌파하며 선전했다.


시간과 장소의 제한을 받지 않는 인터넷은행의 등장은 금융시장에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제대로 자리를 잡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3일 새벽  0시부터 영업을 시작한 케이뱅크는 이날 오후 6시 현재 계좌 개설 고객이 2만명을 돌파했다. 계좌를 개설하려면 인터넷 앱에 가입하고 10분 이내의 영상통화를 해야 한다.

첫날 개설 계좌수는 지난 2015년 12월 은행 지점에 가지 않고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비대면실명확인 제도가 도입된 이후 16개 시중은행이 한 달간 개설한 1만2천건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케이뱅크는 첫날 고객들이 보여준 기대 이상의 반응에 고무돼 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365일 24시간 거의 모든 은행업무가 가능한 편의성에다 비교적 낮은 대출이자로 가격경쟁력도 갖춘 점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게 자체평가다.

실제 케이뱅크가 구축한 인터넷뱅킹시스템은 지문인식 휴대폰만 있으면 거의 모든 은행업무를 지문인증만으로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출 받을 때 제출하는 재직증명서나 소득증명서 등 각종 증빙서류도 필요 없다. 대출자의 신용조회를 통해 10분이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현금입출금은 주주사인 GS리테일의 전국 1만5천개 편의점에서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하면 된다. 송금은 휴대폰 문자로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다.

이 같은 편의성 외에 가격경쟁력도 갖췄다. 인터넷은행은 지점이 없기 때문에 이로 인해 절감한 비용으로 시중은행에 비해 낮은 대출이자, 높은 예금이자의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대표상품으로 내놓은 직장인K 신용대출'의 경우 금리는 최저 연 2.73%다. 시중은행의 신용대출과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다. 중금리 대출은 최저 연 4.19%로 제2금융권보다 낮다.

예금금리도 '코드K 정기예금'은 최대 연 2%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연 1.3~1.6%)에 비해 높은 편이다.

대출은 주주인 KT가 보유하고 있는 통신요금 납부실적 등 빅데이터를 이용해 산정한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시중은행에서는 대출이 어렵지만 연체나 부도확률이 낮은 고객을 발굴해 금융상품을 판매한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아직 신용이 축적되지 않은 신입사원, 대학생 등이 주 고객으로 될 수 있다.

또 다른 인터넷 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상반기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전혀 새로운 영업방식의 인터넷은행 등장에 기존 은행들은 시장을 빼앗기지 않을까 위협을 느끼며 디지털 체제로의 빠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은행이 자리를 잡기까지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서비스 출범 기념식에 참석한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인터넷은행이 기존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의미 있는 금융기관으로 성장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 규모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 대출영업을 늘려 시장점유를 높이고 수익도 창출해야 한다.

하지만 보유한 돈이 별로 없다. 케이뱅크는 올해 대출 목표로 4천억원을 설정했지만 달성이 쉽지 않다. 초기자본금 2천500억원은 그동안 설립과정에서 상당 부분 소진됐고, 증자가 필요하지만 은행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금산분리법에 묶여 여의치 않다.  

현행 은행법에 의해 KT는 10%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 이미 8%의 지분 보유하고 있어 KT가 추가로 출자할 수 있는 한도가 얼마남지 않았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파악하고 KT의 추가 투자가 가능하도록 지분을 늘려주는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금산분리 훼손 문제에 걸려 정치권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정부가 정치권의 우려를 받아들여 개정안에 보완장치를 마련했지만 대통령 선거 일정으로 인해 국회에서 통과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시중은행의 빠른 디지털화 변신도 인터넷은행의 성장에 위협이 된다. 시중은행들은 인터넷은행 출범에 맞서 ‘디지털’화를 최우선 경영전략으로 내세우며 조기 추진을 서두르고 있다.

앞서 시중은행은 지난 2015년 12월부터 이미 비대면 계좌개설을 시작했고, 예·적금 가입과 신용대출 등의 서비스를 부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전되면 인터넷은행과의 차별성도 축소된다. 이는 거대 자본력으로 금융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기존은행의 기득권에 눌려 인터넷은행의 정착과 성장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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