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천공 '사실상 실패'…좌현 철판도 제거키로

(사진공동취재단)
선체 훼손 우려에도 해양수산부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가 강행한 물빼기 천공 작업이 사실상 실패하면서, 선체를 실어나르는 운송장비 추가로 거치 방식을 급선회했다.

특히 운송장비 진입을 이유로 세월호 좌현의 철판을 제거하기로 해, 선체 훼손을 놓고 추가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창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장은 3일 오후 6시 30분쯤 목포신항에서 언론브리핑을 갖고 "천공을 통한 배수가 예상대로 진척을 거두지 못함에 따라 상하이샐비지 등과 협의해 모듈 트랜스포터(M/T)를 24개 추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M/T가 들어갈 수 있는 높이 만큼 철판을 제거해야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승인했다"면서 "만약 철판을 제거하지 않으면 모듈 트랜스포터가 선체 아래로 지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장범선 선체조사위원은 "C데크가 자동차 화물 칸인데 리프팅 빔 사이 철판이 찢어지는 등 많이 손상된다"면서 "모듈 트랜스포터가 진입하는 데 장애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같은날 오후 4시 진행한 1차 브리핑에서 "애초 계획했던 21개의 구멍 가운데 오후 5시 기준 지름 7cm의 구멍 총 15곳을 뚫었지만, 단단히 굳은 진흙이 잘 빠져나오지 않고 있다"며 배수 작업에 실패한 데 따른 조치다.

세월호의 현재 무게는 약 1만 3460t으로 추정된다. 해수부는 육상 거치를 위해 준비한 M/T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가 1만 3천t이어서 460t 이상 선체 무게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위해 해수부는 전날 조사위의 허락 아래 세월호 좌현 D데크에 구멍을 뚫는 천공 작업을 진행해왔다.

해수부는 이날 오전 11시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이 입회한 가운데 선체 좌현에 시험 구멍을 뚫어본 결과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오후부터 본격적인 천공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당초 계획한 21개 구멍 중 15곳이나 뚫고도 물 대신 굳어버린 진흙이 나오면서, 계획한 일정 안에 배수작업을 마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장범선 선체조사위원은 "(세월호 선체를) 바지선에 올린 뒤 어느 정도 자연배수된 상태"라며 "남아 있는 곳에 물이 없다보니 주로 진흙이 있어 잘 빠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해수부와 조사위가 협의한 결과 M/T를 24대 더 투입하기로 하고, 이에 필요한 운송장비는 이른 시일 내에 목포 신항으로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M/T를 추가할 경우 상하이샐비지가 비용을 부담한다"면서 "만약 오는 6일 세월호를 육상으로 올리지 못하면 다음 소조기인 15일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이 기간 동안 3억원 씩의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다만 상하이샐비지는 천공을 통한 배수작업을 계속하겠다면서, 지름을 15㎝로 더 넓힌 구멍 1개를 시험 천공하기로 했다.

애초 해수부는 5일 모듈 트랜스포터 시험 운행을 위해 4일까지 배수작업을 완료할 예정이었지만, 세월호 무게를 줄이는데 난항을 겪으면서 기존 계획을 대폭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체 훼손 우려에도 유가족 동의 없이 다수의 천공 작업을 강행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고 사실상 실패하면서, 희생자 가족 등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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