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동현 연출 기린다…연극 '맨 끝줄 소년' 재공연

손원정 리메이크 연출로 참여

고(故) 김동현 연출의 마지막 유작 '맨 끝줄 소년'이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고인을 기리는 공연이다. 초연 당시 드라마투르그 겸 윤색으로 참여했던 손원정이 리메이크 연출을 맡았다. 손 연출은 고인의 작품 동반자이자 가장 큰 조력자였다.

3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손 연출은 "'리메이크 연출'이라는 타이틀은 없는 것으로 안다. 이번 공연이 김동현의 연출적 개념을 더 세밀하게 다듬어서 보여주는 데 큰 의미가 있고, 김 연출을 기억한다는 의미, 김 연출의 공연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리메이크 연출'이라는 타이틀이 생겼다"고 밝혔다.

연극 '맨 끝줄 소년'은 스페인 현대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Juan Mayorga)의 희곡을 김동현 연출이 해석해 2015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 올린 바 있다. 현실에 대한 예리한 풍자와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재치 있게 담아 당시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연극 '맨 끝줄 소년' 리메이크 연출을 맡은 손원정.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재공연과 관련해 손 연출은 초연과 리메이크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김 연출이 재공연을 한다면 2015년 버전을 그대로 올리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 게 출발점이었다"면서, "꼭 달라질 필요는 없지만, 초연에 얽매이는 것도 김 연출에 대한 예의에 벗어난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김 연출이 재공연을 한다면 어떠한 고민을 했을 것이며, 배우·스태프들과 어떠한 이야기를 나누고 질문했을까에 대답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이때부터 재공연이 초연과 달라야 하나 같아야 하나는 무의미해졌다"고 덧붙였다.

원작자인 후안 마요르가는 수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그래서인지 극은 수학처럼 정확한 극 언어를 사용한다. 동시에 메시지는 철학적이다. 그는 연극으로 철학하기를 추구했다. 보고 나면 난해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연출의 입장에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두 마디로 정리해 달라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손 연출은 "그걸 쉽게 (설명)할 수 있었으면, 작품도 더 쉬워졌을 것이다"는 현답을 남겼다. 이어 "저는 일반 대중은 소위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한다"며 "김동현 연출이 쉬운 연극을 한 적이 없고, 매번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정작 쉽게 흡수하는 일반 관객이 더 많았다. 이번 작품 역시 그러리라 믿는다"고 했다.

왼쪽부터 배우 전박찬, 리메이크 연출 손원정, 배우 박윤희.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연극은 고교 문학교사 헤르만이 학생들의 작문 과제를 채점하며 실망스러워하던 찰나, 언제나 맨 끝줄에 앉아 있는 소년 클라우디오의 작문 과제를 주목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소설같은 클라우디오의 과제에 같은 반 친구 라파 가족에 대한 수상한 관찰과 은밀한 욕망이 담겨 있다.

헤르만은 클라우디오의 글에서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되고 소년의 재능을 발전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매력적인 소설을 쓰기 위해 클라우디오는 점점 더 위험한 상상을 현실화하고, 이에 헤르만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리고 그 위험한 상상은 헤르만의 목을 죈다.

2015년 초연때 함께한 배우와 스태프가 재공연에 참여했다. 30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다. 배우 박윤희, 전박찬, 우미화, 백익남, 김현영, 유승락, 나경호, 유옥주 / 무대 박상봉, 조명 김성구, 음악 김태근, 의상 이명아, 분장 이동민, 소품 송미영. 5만 원~1만 원. 문의 :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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