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애들 손잡고 돌아와요"…세월호 '미수습 교사' 이야기

안산 단원고에 남겨져 있는 미수습학생과 교사들의 책상. (사진= 구민주 기자)
"이제 인양됐으니 하루빨리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슬프지만 가족들에게 위로가 되고 앞날이 희망으로 바뀔 수 있길…."

경기 안산 단원고에는 2014년 4월 16일 이후 아직까지도 돌아오지 못한 선생님이 두 분 있다. 체육 과목의 고창석 선생님과 사회를 가르쳤던 양승진 선생님.

두 사람은 세월호가 침몰하던 그날, 자기가 입었던 구명조끼를 제자들에게 입히고 가장 마지막까지 단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다 바닷물에 숨을 맡기고 말았다.

지나온 3년의 세월만큼 상처속에서 두 사람의 빈자리를 오롯이 지켜온 동료 교사들. 그들은 이번에야말로 두 사람이 현철이, 영인이, 은화, 다윤이까지 어두운 배안에 남아있는 제자들의 손을 잡고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안산 세월호합동분향소에 있는 양승진교사와 고창석교사 (사진= 윤철원 기자)
◇ 마지막까지 아이들 구한…고창석 선생님은 '그럴 사람'

세월호가 남긴 생채기가 너무나 깊어 이름조차 밝히기 두렵다는 한 동료교사는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했던 고창석 선생님은 '그럴 사람'이라고 했다.

"고 선생님은 수상인명구조 자격증이 있었어요. 수영이라면 자신 있었을 테니까 아마 틀림없이 그 사람 성격에 마지막까지 아이들을 챙겨서 데리고 나오려고 했을 겁니다."


12년 전 근무지였던 중학교에서 불이나 아이들을 대피시킨 뒤 혼자서 소화기를 들고 화재를 진압했던 고 선생님은 3년 전 그날도 학생들에게 "빨리 배에서 탈출하라"고 외쳤다. 그렇게 배에 남아 아이들을 구조하다 빠져나올 수 없는 물살에 휩쓸리고 말았다.

머리가 고슴도치처럼 짧아 '또치쌤'으로 불렸던 고 선생님. 고 선생님의 제자들은 평소 자상하고 따뜻한 성품의 고 선생님을 많이 그리워했다.

"체육교사였지만 오히려 무섭거나 엄하게 하지 않았어요. 아이들 나무랄 때도 잘 다독거리며 인간적으로 대해줬죠. 그래서 그런지 말썽꾸러기 애들이 특히 많이 따랐습니다."

학생들에게 형·오빠처럼 다정했던 그였기에, 그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크게만 다가왔다.

양승진 교사에게 제자들이 쓴 편지 (사진= 윤철원 기자)
◇ 아버지처럼… '따뜻한 마음씨' 양승진 선생님

양승진 선생님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동료 교사들 사이에서도 늘상 밝은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아버지의 모습과 같았다.

참사 이후 줄곧 교감을 맡아 단원고의 상처를 누구보다 보듬어왔던 양동영 교감은 양 선생님을 '따뜻한 분'으로 기억했다.

양 교감은 양 선생님과 단원고 이전에 양지고에서 함께 근무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학교 마당을 쓸어주셨고, 쉬는 시간이 되면 쓰레기 봉지를 들고 다니면서 쓰레기를 줍고 다니셨어요. 그러면서 학생들도 잘 챙기시고. 양 선생님 덕분에 학교가 항상 깨끗하고 밝아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학창 시절 씨름 선수로 활동했던 양 선생님. 듬직한 겉모습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버팀목 같은 존재였다. 학교 뒤 텃밭에 각종 채소를 심어 동료, 제자들과 나누어 먹고 배추와 무를 심어 결손가정과 독거노인에게 김치를 담가주려는 계획을 세운 그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었다.

학교 상조회장을 맡아 동료들의 슬픈일 기쁜일을 함께 챙기며,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참사 당일 목격자들의 말로는 양 교사가 구명조끼를 학생들에게 벗어 준 채 "갑판으로 나오라"고 외치면서 제자들을 구하러 다시 배 안으로 걸어 들어간 게 마지막 모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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