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위 주장자들' 김광보 연출 "권력자의 희망이 우리와 같을까 묻는 작품"

연극 '왕위 주장자들', 대선 정국과 맞물려 눈길…4/23까지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

서울시극단이 창단 20주년을 기념해 올리는 연극 '왕위 주장자들'은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화제였다.

사상 초유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조기 대선이 그려지던 가운데, 서로 자신이 대통령감이라고 주장하는 상황들이 '왕위 주장자들'의 내용과 비슷했던 탓이다.

물론 이 시기에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의도한 게 아니다. '오비이락'처럼 우연이다.

서울시극단 김광보 연출.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3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진행된 프레스콜에서 서울시극단 김광보 연출은 "대선과의 연관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처음 이 작품을 김미혜 한양대 명예교수에게 제안을 받았을 때는 12월 대선이 예상되던 상황이었다. 작품이 좋았기에 선택한 것뿐이다"고 설명했다.

작품을 추천한 김미혜 교수는 국내 유일의 헨리크 입센 연구자이자 전문가이다.


하지만 우연이라 해도 현 시국과 비슷한 이야기라는 점은, 김광보 연출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그는 "150여 년 전 살았던 입센이 한국서 일어날 일을 어떻게 예언한 건지"라며 의아해했다.

권력을 꿈꾸는 자들이 쟁취를 위해 서로 싸우는 이야기는, 사실 역사적으로 반복되는 레퍼토리이다.

1863년에 쓰인 이 작품은 권력을 향한 인간의 심리 변화와 방황을 중심으로 154년이라는 시간을 날카롭게 관통하며 현대성을 가진다.

그래서 김 연출은 이 작품을 올리는 데 의미를 더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 작품이 환란의 시기를 지나서 희망이 제기되는 지금, 권력을 꿈꾸는 자들이 말하는 희망이 정말 우리가 바라는 희망인지 묻는 작품이 되면 좋겠다"고 바랐다.

서울시극단 창단 20주년 기념작 연극 '왕위 주장자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극단 창단 20주년 기념작 연극 '왕위 주장자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극단 창단 20주년 기념작 연극 '왕위 주장자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작품은 13세기 노르웨이, 스베레왕 서거 후 왕권을 둘러싼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는 상황을 그린다.

자신의 소명을 확실히 인식하고 그것을 자신감으로 표출하는 유일한 인물인 호콘왕과, 스베레왕 서거 후 6년간 섭정을 통해 왕국을 자신의 것이라 믿는 스쿨레 백작, 그리고 백작의 욕망과 의심을 더욱 부추기는 니콜라스 주교.

이 세 인물을 중심으로 치열한 왕위 다툼과 갈등 속에서 호콘왕은 스쿨레 백작의 딸 마르그레테를 왕비로 선택하고, 스쿨레 백잭은 호콘의 아들이자 자신의 외손자를 죽이려하며 욕망의 끝을 향해 달려간다.

중세라는 시대적 배경 때문에 당시 백성이 바라는 희망과, 현대의 시민이 바라는 희망에 차이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결이 다른 희망이라 할지라도, 권력자들이 주장하는 희망과는 늘 달랐다. 그런 점에서 2017년 현재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스쿨레 백작 역은 배우 유성주가, 니콜라스 주교 역은 배우 유연수가, 호콘왕은 배우 김주헌이 열연한다. 각생은 고연록 작가가 맡았다. 이날부터 다음 달 2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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