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미래다! 세월호 망각은 텅빈 터 위에 미래를 짓잔 얘기"

'가만히 있지 않는 강원대 교수 네트워크' 이병천 교수 인터뷰

세월호 인양, 새로운 국가 만드는 출발점
절망과 고통 딛고 일어서는 유가족들에게 발견한 '희망'
불량국가를 넘어서는 길, 정의 세우고 합당한 책임지는 사회로
대연정은 표 얻기 위한 싸구려 통합론

■ 방송 : 강원CBS<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최원순PD 13:30~14:00)
■ 진행 : 박윤경 ANN
■ 정리 : 홍수경 작가
■ 대담 : 강원대 이병천 교수(가만히 있지 않는 강원대교수 네트워크)


3년만에 세월호가 세상위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지난 주부터 시작된 인양 작업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어 이제는 목포 신항에 안전하게 도착하는 일만 남았는데요. 3년 전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뒤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 한 마디가 끔찍한 참사를 조장했다며 행동에 나선 강원대 교수들이 있었죠. 바로, <가만히 있지 않는 강원대 교수 네트워크>인데요, 사고 당시부터 세월호 문제를 끈질기게 조명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시사포커스 목요초대석, 오늘은 이 가넷 교수님 가운데 한 분 만나볼텐데요, 강원대 이병천 교수 연구실로 찾아왔습니다.

다음은 강원대 이병천 교수와의 일문일답.

◇박윤경>자, 세월호가 3년만에 인양됐다. 소회는?

◆이병천>이제 시작이다. 누군가는 차가운 바닷속에서 무고하게 죽고,
누군가는 인양하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 교통사고라고 조롱을 하고. 이게 나라냐는 말이 나오는데, 새로운 시작이 제대로 돼야 하겠고, 끝까지 잘 가야 되겠다.

◇박윤경>세월호 인양과 함께, 이제는 가려진 진실이 제대로 인양될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시점인데 그간 '가넷'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셨다. '가만히 있지 않는 강원대 교수 네트워크' 그 이름만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으셨지 않나?

◆이병천>주목을 받았고 잘 해보려고 했다. 지식인, 교수들이 자기 전공에서 할 일도 있지만 시민지식이라는 게 있다. 그 나라의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것. 그런 부분에서 상당한 공감대가 있었다. 교수들끼리 하는 활동이 전국적으로 특이한 것 같더라. 나름대로 의미있는 일을 해봤다라고 생각한다.

'가만히 있지 않는 강원대교수 네트워크' 강원대 경영학부 이병천 교수 (사진=최원순PD)
◇박윤경>여기에 뜻을 같이한 분들이 어느 정도나 됐는지?

◆이병천>2~30명 정도. 그 중 10명이 열심히 일을 했다. 처음 강원대에서 서명하고 기자회견할 당시 시작은 백 이삼십명이었다. 그 중에서 관심 높은 분들이 모여 활동했다.

◇박윤경>동조하지 않는 분들의 시선은 어땠나?

◆이병천>응원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학교 당국과는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었다. 기자회견 공간을 허용 못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교수들은 보이는, 보이지 않는 지원을 했다. 멤버가 아니라도 물심양면으로 같이 했다.

◇박윤경>가넷이라는 이름으로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고, 토론회도 열었다. 어떤 활동을 하셨나?

지난 2014년 성역없는 세월호 진상조사를 촉구하며 강원도청 앞 1인시위에 나선 강원대 박태현 교수 (사진=가넷 제공)
◆이병천>처음 시작할 때 막연했었다. 안 해 본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은 이럴 때 서명하는 게 기본인데 그것을 넘어서 가넷으로 활동하는 것, 그리고 이전에 손발을 맞췄던 경험이 없기에 어쩔 줄 몰랐다. 그러다 글 쓰는 것부터 시작했다. 강대신문에 칼럼을 기고하는 것부터. 그러다가 1인 시위를 했는데, 잘 안 해봤던 것이었다. 1인 시위가 가넷의 실체를 갖게끔 만들어주는 전환점이었다. 이후 문화제도 하고 북 콘서트, 광화문에서 토요집회에서 활동하면서 가넷 조직이 모양을 잘 갖춰갔다. 마지막에 책을 내자 생각했는데 진통이 많았다. 각자의 전공을 살리면서도 참사·재난을 연결시켰고, 외부 필자들도 엮어서 잘 됐다. 굉장히 고맙다.

◇박윤경>제목이 뭔가?

◆이병천>세월호가 남긴 절망과 희망. 제목 가지고 많이 얘기를 했다. 포인트가 절망과 희망을 같이 담은 것. '이게 나라냐. 국가가 없다.' 등 권력과 기업에 대한 비판은 보통 비판적 지식인들이 많이 하는 수준이었으나 희망에 대한 공감대가 높았다. 왜냐면, 희망이라는 말을 그냥 넣은 것 아니고, 첫째는 유가족 분들이 예전과는 달랐다. 유가족이 겪는 유혹이 보상금 받고 떨어지는 것이다. 문제를 일으킨다는 게 힘들다. 유가족들이 힘들다는 말 많이 했다. 모든 과정을 겪어나가는 게 고통이 심하다. 그런데 그분들이 돈이 문제가 아니다. 왜 이런 사태가 일어났는지 알아야겠다라고 하면서, 유가족들과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연대를 형성하는 고리가 생겨났다. 그 지점에서 희망이라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담긴 거다. 유가족들에게 한국의 민주주의와 나라에 대한 좌절감이 심했는데 그것을 딛고 새로 시작하게 된 거다.

◇박윤경>교수님께선, 참사 1주기 학술토론회에서 '국가의 부재'를 거론하셨다. 참사 당시에도, 그 이후에도 "국가는 없었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를 '한국판 불량국가'로 규정하기도 했는데 어떤 얘기였나?

◆이병천>국가란 뭐냐는 물음을 그동안 잘 안했다. 국가가 어떤 짓을 하더라도 말을 못하게 만들었고 재난을 조장하고 일으키게 만든 것이 국가인 동시에 책임을 묻지 말라고 했다. 안전과 동시에 더 큰 문제는 생명의 존엄이다. 그것을 짓밟으니 불량국가다. 무책임, 무능, 물음을 던졌을 때 그것조차 틀어막는 것. 불량국가 외에 다른 이름을 찾기 어려웠다.

◇박윤경>헌재에선 세월호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지만, 파면 사유에 오르지는 못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셨는지?

◆이병천>(탄핵) 만장일치 판결은 재판관들이 노력한 것 같다. 이론 여지가 없을 정도로 비정상이다라는 판결이었다. 세월호 문제 역시 의견이 갈릴 수 있으니 참 어려운 지점이었다고 본다.정경유착도 마찬가지인데, 재판관들이 좀 더 노력을 했을 수도 있다. 생명권의 문제기 때문에 기본적인 책임 문제다. 그것을 넣었을 수도 있었을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박윤경>이제 끝이 아닌 시작이다,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렇다면, 불량국가를 넘어선 공적인 책임을 지는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이병천>촛불 시민혁명의 염원이 있고 하니까 누구도 그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것 같다. 대선에서도 기본적 흐름 받아들일 것 같다. 한 고비를 넘긴 것은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안전과 생명의 존엄을 수용하는 것. 떠받드는 흐름, 그러한 정신과 윤리가 정착돼야 한다. 큰 권력을 가질수록 책임도 크다. 새로운 국가를 만들자는 기본적 합의를 높여야한다. 또, 정의라는 말을 세워야 한다. 최근 싸구려 통합 이야기가 등장한다. 대연정이라는 건 표를 얻기 위한 말이다. 정의를 세우고 자기가 뿌린 씨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고, 합당한 응징이 있어야 한다.

◇박윤경>끝으로 꼭 덧붙이고 싶은 말씀 있다면?

◆이병천>'기억이 미래다'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뭐가 잘못됐고, 어떤 걸 개선해야 하는지 망각하고는 미래는 텅 빈 위에 집을 짓자는 얘기가 된다. 세월호 참사도 그러하고 인양도 기억해, 배워야 제대로 된 미래를 세울 수 있다.

◇박윤경>귀한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강원대 이병천 교수였습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