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구속] 국정농단 사태 종지부…朴의 '자승자박'

최순실 게이트 때부터 "무관" 주장했으나 결국 구속 신분 전락

파면 21일 만에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새벽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박근혜 구속. 지난해 말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수백만개의 촛불과 함께 타올랐던 구호가 결국 현실이 됐다. 31일 새벽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으로, 무려 8개월 동안이나 전 국민적 피로도를 높여온 '국정농단 사태'는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불통'과 '수첩'으로 대변되던 박 전 대통령. 그는 대한민국 제 18대 대통령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탄핵된 대통령, 영장실질심사(이하 영장심사)을 받은 첫 전직 대통령으로 기록된 후 결국 구속된 세번째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추락했다.

◇ 탄핵에 이어 구속까지…최악의 상황 자초한 朴

박 전 대통령은 지난 8개월간 행보는 자신의 입지를 더욱 좁히는 방향으로만 치달았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1기와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정국을 거쳐 다시 특수본 2기 수사에 이르기까지 자신과 연루된 숱한 물증들이 쏟아지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에 국민적 분노는 갈수록 커졌다.

(사진=자료사진)
맨 처음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것은 지난해 7월이다.

'미르'라는 민간 재단이 설립 두달 만에 대기업들로부터 500억 원이라는 거금을 모금 받았고 이 과정에서 안종범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구속기소)이 관여했다는 TV조선 보도가 나오면서부터였다.


두 달 뒤 한겨레 신문이 K스포츠재단의 실세가 최순실씨였다는 정황을 보도했고, 그로부터 한 달 뒤, JTBC가 최씨의 태블릿PC를 입수, 연설문 내용까지 폭로하자 본격적으로 여론이 들끓었다.

그제서야 박 전 대통령은 1차 대국민사과를 했지만, 그마저도 검찰 특수본 1기 수사 과정에서 거짓으로 둘러댄 형식적인 것이었다.

◇ 반복되는 '거짓말', 국민들 공분 더 커져

박 전 대통령은 최씨에 대해 "과거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이라며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했다. 보좌체계가 완비된 후에는 그만뒀다"고 밝혔지만, 특수본 1기 수사결과 이같은 일은 임기 내 계속됐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문고리 3인방' 가운데 한명이었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박 전 대통령의 통화 녹음파일에 담긴 지시 정황,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에 빼곡히 담긴 지시 내용까지 나오면서 사태는 겉잡을 수 없게 됐다.

자신의 말을 뒤집는 태도 역시 공분을 사기는 마찬가지였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말 국정농단 의혹이 계속되고, 급기야 검찰이 대대적으로 특별수사본부를 꾸린 뒤에야 2차 대국민메시지를 통해 "필요하다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자료사진)
하지만 정작 검찰이 소환 일정을 통보하자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을 통해 "수사기록 검토 시간이 필요하다"며 소환을 늦췄고 최종 통보 때가 돼서야 비로소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특검 수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특검과 소환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소환 일정 보도가 나오자 유출 문제를 들어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최종적으로는 영상녹화 등 세부적인 문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견을 이유로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돼 대통령직을 잃었다. 검찰 특수본 1기에서 '피의자'이자 공범으로 적시된 박 전 대통령은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하면서 뇌물수수 혐의까지도 받게 됐다.

탄핵된 뒤에야 비로소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의 소환통보에 응했고, 지난 21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특수본 2기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적용해 청구한 구속영장은 끝내 발부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한민국 국민의 힘을 여과없이 보여준 역사상 유례없는 게이트였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법 테두리 안에서 일반 피의자들과 똑같이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헌법과 자신이 말해왔던 법과 원칙을 짓밟았던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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