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봄볕 드나?…곳곳서 회복신호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올 들어 수출이 살아나면서 우리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선전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대통령 탄핵사태 등 우리 경제를 흔들 수 있는 대형 불확실성이 산적한 상황에서 경기의 급격한 위축을 우려하던 지난 연말연시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올 들어 우리경제를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은 수출이다. 지난 수년간 극심한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수출이 지난해 10월을 바닥으로 회복세가 뚜렷해 졌다.

수출물량과 금액 모두 지난해 11월 이후 넉 달 연속 전년 동월 대비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2일 발표한 2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서 지난달 수출물량지수는 133.77(2010=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0% 상승하며 넉 달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2월 증가율은 2014년 12월(12.5%)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실제 우리나라 수출은 1월 11.2%, 2월 20.2% 늘어났다. 두 달 연속 두 자리 수 증가율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11년 9월 이후 65개월 만이다.

수출회복세는 세계 경제가 호전되고 있는 영향이 크다. 미국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유럽과 일본의 경제도 선방하고 있다. 중국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서고, 유가 상승에 힘입어 산유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도 호전되고 있다.


그 결과 세계의 교역량 증가세도 뚜렷해지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이 네덜란드 경제정책분석국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올 들어 3개월 동안 물량 기준 무역량은 직전 3개월에 비해 2.4% 증가했다. 2010년 8월 이후 7년만에 최고치다.

세계은행(WB)이 발표한 ‘2016년 교역분석보고서’에서 지난해 세계 교역량이 전년 대비 1.9% 증가에 그치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10.5%) 이후 최저를 기록했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올 들어 세계무역량이 이처럼 갑자기 증가한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추진해온 완화적 통화정책의 효과가 지금 나타난다고 분석도 있고, 강력한 경기부양 의지를 밝힌 트럼프 효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미국 금리인상 등 세계교역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변수들이 급격히 악화되지 않는 한 올해 교역량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세게 교역량 증가는 것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

수출 회복세에 힘입어 설비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7일 발간한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제조업체 10곳 중 7곳이 설비투자를 늘릴 것으로 나타났다. 5% 이상 늘리겠다는 업체도 33.9%나 됐다. 이는 지난해(23.7%)보다 10%포인트 이상 증가한 것이다. 반면 설비투자를 5% 이상 줄이겠다고 밝힌 업체는 16.3%로 지난해(25.9%)보다 크게 줄었다.

통계청 조사에서 1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2.6% 증가했고 2월에도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설비투자를 늘리겠다는 업체가 많다는 것은 향후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본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내수도 바닥을 찍고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서 그동안 횡보를 보였던 내수기업의 체감경기가 크게 개선됐다.

제조업체감경기가 올 들어 석 달 연속 호전되며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특히 내수기업과 중소기업의 지수 상승이 두드러졌다. 내수기업의 업황BSI는 전월보다 6포인트 상승한 78을 기록하며 장기평균치(78)와 같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기준치 100에는 여전히 크게 못 미치지만 회복 흐름을 타고 있음은 분명하다.

수출이 당초 정부나 한은의 전망에 비해 선방하고 있다면 소비는 오히려 더 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본격적인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소비는 지난해 11월부터 1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지표에 따르면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2.2% 감소했다. 지난해 11월 –0.3%, 12월 –0.5%, 1월-2.2%로 갈수록 감소세가 커졌다.

다만 바닥을 찍었다는 긍정적인 징후도 보인다.

한은이 지난 25일 발표한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7로 전월 대비 2.3포인트 상승했다. 2월(1.1포인트)에 이어 두 달 연속 호전됐다.

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경기판단CSI(59)과 6개월 후의 향후경기전망CSI(77)도 각각 4포인트, 7포인트씩 올랐다. 수출이 경기회복을 견인하면서 소비자들의 경기 인식도 바닥을 찍고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2월부터 소비도 증가세로 돌아섰을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통계청이 31일 내놓을 2월 산업활동 동향이 주목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올 들어 수출 회복세가 예상보다 뚜렷해지면서 경기가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는 선방하고 있다"며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새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추경을 편성한다면 한국은행이 전망한 성장률 2.5%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회복을 낙관하기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

보호무역주의 등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리스크, 미 금리인상,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경제의 구조적불안 요인 등은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우리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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