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평론가인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는 이날 CBS노컷뉴스에 "'공각기동대'는 후속편으로 '이노센스'(2004)가 개봉하고 TV 시리즈물로도 나왔는데, 그 에피소드 하나하나의 작품성이 굉장히 뛰어나다"며 말을 이었다.
"지금은 우리 일상에 AI(인공지능)라든지 ICT(정보통신기술)가 어느 정도 침투해 있어요. 물론 아직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구현된 것은 아니지만, 그 덕에 컴퓨터·네트워크·가상공간 등의 용어에 익숙하잖아요. 이러한 기술이 구현된 미래 모습을 굉장히 드라마틱하게 보여 준 작품 중 하나가 바로 '공각기동대'예요. 영상매체 쪽에서는 당시 새로운 스타일로 떠오르던 '사이버 펑크' 장르의 원조 격이기도 합니다."
'공각기동대'를 통해 그려진 미래 사회는 언제쯤 올까. 박 대표는 "지금보다는 훨씬 더 먼 미래의 세상"이라고 답했다.
"투명인간으로 만들어 주는 광학미체, 사람의 두뇌와 로봇 몸체가 결합된 사이보그, 광대한 사이버 스페이스를 넘나드는 기술은 현실 세계에서는 여전히 요원한 기술입니다. 시간이 흐른다고 반드시 구현되는 것도 아니죠. 제가 볼 때는 21세기 말까지 가도 100% 구현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 '네트는 광대해'…"인류가 지닌 무한한 가능성의 새 지평 열어"
"인공심장, 의족, 의수 등은 기술적인 완성도가 있으면 가능해요. 하지만 인간의 두뇌가 기계와 전자적, 유기적으로 결합하기 위해서는 개발 과정에서 숱한 검증을 필요로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윤리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 같은 경우는 21세기 중반 정도면 이러한 기술이 구현되는 '특이점이 온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박 대표는 "신경생리학, 전자공학이 함께 발전하면서 사이보그 관련 기술정보가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어딘가에서 새로운 무언가가 탄생했다는 소식이 나올 것"이라며 "제가 볼 때 초창기 연구는 의료복지 차원에서 식물인간의 두뇌를 외부환경과 연결시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 개발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오리지널 '공각기동대' 마지막에 주인공이 내뱉는 대사 "네트는 광대해"를 언급하며 "몹시 인상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한마디"라고 전했다.
"인간의 지적, 물리적 활동 영역은 '아우터 스페이스'와 '이너 스페이스'로 나눠 생각할 수 있어요. 아우터 스페이스가 광활한 우주공간을 포함한 바깥의 물리적인 공간을 말한다면, 이너 스페이스는 물리적으로는 우리 몸속의 세포 등 아주 미세한 세계를 포함해 인간 의식, 그러니까 우리 내면적인 사유 공간을 포함합니다. 이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무한의 세계가 바로 '사이버 스페이스'예요. 컴퓨터 가상현실로 구현되는 공간을 두고 오리지널 '공각기동대' 주인공이 '네트는 광대해'라고 말했듯이, 인간의 두뇌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이 공간에서는 그야말로 불가능이 없어요. 무엇이든 인간이 상상하고 생각하는 대로 구현할 수 있다는 말이죠."
박 대표는 "그런 의미에서 '공각기동대' 속 사이버 스페이스는 인간에게 전혀 새로운 또 하나의 우주를 펼쳐 보인 것과 다름없다"며 아래과 같이 강조했다.
"기존 인류의 문화·정치·경제·윤리·철학 등 그 모든 것이 사이버 스페이스에서는 원점에서 새롭게 재구성될 겁니다. 그만큼 무한한 가능성이 담겨 있다는 말이죠. 여기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고 향유하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 존재들과 소통하는 것이 가능해요. 오리지널 '공각기동대'의 임팩트, 깊은 여운은 이렇듯 인류가 지닌 무한한 가능성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