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시리아의 얘기다. 40위 한국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7차전에서 95위 시리아에 1-0으로 진땀승을 거뒀다. 전반 4분 홍정호(장쑤 쑤닝)의 선제골이 터지면서 경기를 쉽게 풀어가는 듯 보였던 한국이지만 이후 답답한 경기를 펼친 끝에 가까스로 승점 3점을 따냈다.
한국의 경기력은 낙제점 수준이었다. 중국전 0-1 패배 이후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었다. 그동안 고수하던 4-2-3-1 전술을 버리고 4-1-4-1 전술을 꺼내 들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그리고 이마저도 전반 30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4-2-3-1로 돌아와 경기를 치렀다.
'아시아의 맹주'라는 말이 이제는 어색해진 한국이다. 특이점 없는 전략은 시리아에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았다.
시리아의 아이만 알하킴 감독 역시 "한국은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시리아도 이에 뒤지지 않았다"며 "경기 내용은 양 팀의 무승부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실제 시리아는 여러 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며 한국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후반 막판에는 골대를 맞추는 등 거칠게 한국을 몰아붙였다. 골키퍼 권순태의 선방과 골대가 없었다면 한국은 안방에서 승점 3점을 따내지 못할 뻔 했다.
그러나 선수들의 생각은 달랐다. 승리하긴 했지만 경기력에는 문제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주장 기성용은 "선수들이 경기장 안에서 전혀 나아진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다"라며 "대표팀의 수준이 전술을 떠나 공이 가면 제대로 소유하지 못하고 뺏기는 정도다. 그게 대표팀의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손흥민 역시 기성용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경기장 안에 있는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야한다. 책임감 없이 행동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시리아를 상대로도 졸전 끝에 간신히 승리를 따낸 한국. '종이 호랑이'로 전락해버린 한국 축구는 작은 변화가 아닌 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