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향타 스스로 움직였나?
방향타가 어느 쪽을 가리키는지는 침몰원인 가운데 하나인 '대각도 변침'을 규명할 수 있는 핵심 증거로 지목돼왔다.
그런데 3년 만에 끌어올려진 세월호의 바닥을 들여다보니 방향타는 오른쪽(옆으로 누워있는 상태에선 위쪽)으로 5도가량 틀어져 있었다.
현장 채증 사진을 기초로 '방향타가 왼쪽 혹은 중앙을 향해 있다'던 해양수산부의 사고 직후 발표와는 배치되는 대목이다.
정부 발표가 틀렸던 건지, 아니면 방향타가 3년 새 움직인 건지 의문이 남는다.
전문가들 역시 방향타가 애초 발표와 달라진 상황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목포해양대 항해학부 임남균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방향타가 돌아갔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배가 가라앉는 과정에서 압력을 받아 돌아갔거나 아니면 강한 조류에 밀려서 돌아갔을 수 있다고 추정할 뿐"이라고 밝혔다.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김성훈 전 조사관은 "하늘로 솟아난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싶다"면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상해봤는데 그래도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기계결함 가능성을 포함해 대각도 변침이 이뤄진 경위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전체 조타 시스템을 분석해야 하는 상황. 이를 위해서는 인양 후 선체에 대한 정밀조사가 필수적이다.
1등항해사 출신 박석주 한국해양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세월호가 어쩌다 그렇게 큰 각도로 돌았을까 하는 건 여전히 의문"이라며 "아무리 조타를 큰 각도로 하더라도 배가 그렇게 빨리 급변침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순간에는 배가 속도도 많이 줄었을 것이기 때문에 타가 완전히 35도까지 돌아가 있다고 치더라도 그것이 배를 기울게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배가 일단 뭍으로 올라오면 선체 절단은 불가피하고 이럴 경우 진상규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임남균 교수는 "인양 후 좌현(현재 아랫부분)도 봐야 하는데 그렇게 큰 배가 일단 육상에 거치되면 다시 뒤집는 건 쉽지 않다"면서 "땅에 올라오는 순간 사실상 절단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체를 절단해 증거물을 훼손하기 전에 배를 세울지 말지 등에 대해 선체조사위원회와 며칠이라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하지 않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찮다. 김성훈 전 조사관은 "절단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육상으로 올리지 않은 상태에서는 조사 자체를 생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석주 교수의 경우 "천안함 사례와 마찬가지로 크레인을 동원하면 육상 뒤집기가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대각도 변침과 함께 침몰원인으로 지목된 복원성 상실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절단 없는 온전한 인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