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의 여파로 몇 시간 자지 못하지만 야속한 스마트폰은 일어나라고 알람을 울려댄다.
지옥철에 진이 빠져 회사에 도착하면 숨 돌릴 틈도 없이 쏟아지는 일거리에 치인다. 그래도 야근은 피할 수 없다.
야근을 끝마치고 물에 젖은 솜이불처럼 무거운 몸을 이끌고 귀가하면 이미 자정이 넘은 시각.
출근하고서 날짜가 바뀐 뒤 퇴근하는 일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주말 근무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경우도 적지 않다.
대부분 직장인은 이렇게 마른행주를 짜내듯 필사적으로 일하고 있지만, 한국은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죽도록 일하며 직장에 매여 있지만 나라의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바닥을 기는 노동생산성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2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 취업자 한 명의 1시간 노동생산성은 31.8달러였다. 1시간을 일했을 때 약 3만5천원 상당을 생산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한국 취업자의 노동생산성은 OECD 35개 회원국 중 28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유럽이나 북미 선진국은 생산성 측면에서 한국을 훌쩍 앞지르는 상황이다.
1위는 룩셈부르크로,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80달러 이상(81.5달러)의 노동생산성을 기록했다. 한국의 2.6배에 달한다.
노르웨이(78.7달러), 아일랜드(77.9달러)도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벨기에(64.4달러), 덴마크(63.4달러), 미국(62.9달러) 등 5개 국가의 취업자는 시간당 60달러 이상의 생산성을 나타내 한국의 2배에 달했다.
독일(59.0달러) 등 6개국도 50달러 이상을 기록했으며, 캐나다(48.6달러) 등 5개국이 40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OECD 평균은 46.6달러였다.
한국의 저조한 노동생산성은 만성적인 문제다.
한국의 노동생산성 OECD 순위는 2014년 29위(31.2달러), 2013년 28위(31.5달러), 2012년 30위(29.9달러), 2011년 30위(30.8달러), 2010년 30위(28.9달러) 등 30위 언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1∼2010년 사이에는 단 한 번도 20위권에 들어오지 못한 채 30위와 31위 사이를 오락가락했다.
한국의 저조한 노동생산성은 1인당 연간 평균 근로시간과 비교하면 더욱 도드라진다.
2015년 말 기준 한국 취업자 1인당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천113시간으로 OECD 회원국 평균(1천766시간)보다 347시간 많았다.
누구보다도 오래 일터를 지키며 일하지만, 성과는 미미하다는 의미다.
노동 시간을 더 투입할 여력도 없고 투입한다고 해서 생산성이 향상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생산성 향상 없이 일은 일대로 하면서 경제는 나아지지 않는 저성장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근로시간 52시간 단축이 생산성 향상에 득일지 실일지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야근이나 휴일 근무를 할 것으로 미리 생각해 비효율적으로 일했던 부문에서는 생산성이 향상하리라 전망했다.
연간 노동 시간이 2천500시간에 달했던 2000년대는 OECD 노동생산성 순위가 단 한 번도 20위권에 들지 못했지만, 주5일제가 보편화한 2013년 28위로 오른 점도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한다.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생산성 향상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생산기술이지만 우리 사회는 근로시간 관리가 철두철미하게 되지 않고 있다"며 "근로시간 단축으로 관리가 효율화된다면 생산성은 향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