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 과정을 지척에서 지켜본 미수습자 가족들이 사흘간의 바다생활을 마치고서 75시간 만에 비로소 뭍에 발을 디뎠다.
제각기 부축을 받고 걸어 나오는 가족들 중에는 미수습자 양승진 단원고 선생님의 부인 유백형(56) 씨도 있었다.
도착 직후 이뤄진 짧은 기자회견 내내 힘겹게 서있던 유 씨는 시누 양미래(50) 씨의 부축을 받고서야 항구를 빠져나갔다. 양 씨는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유 씨에게 연신 "언니, 잘 나왔다, 고생했다"고 말하며 유 씨를 꼭 끌어안았다.
도착 직후 일부 가족들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휴게실에 모였지만 유 씨는 지독한 멀미로 컨테이너 숙소에 드러누웠다. 유 씨는 세월호참사 이후 우울증에 걸려 불면·불안증세를 겪던 터였다.
유 씨는 "불안, 우울증 증세로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먹고 있었는데 그 약을 두고 배에 타버렸다"며 "배 안에서는 청심환으로 겨우 버텼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어지럼증에 벽에 기대 앉아있던 유 씨는 대화 내내 따뜻한 물만 들이킬 뿐이었다.
출렁이는 바다 한 가운데서 힘겨운 시간을 보낸 유 씨였지만 세월호선체가 반잠수식 선박에 안착한 이날만큼은 똑똑히 기억했다.
유 씨는 "소조기가 지나 바다의 물살이 거세지고 커다란 파도가 치는 순간에 불안했다"며 "하지만 마침내 배가 올라오는 걸 보니 그제야 안도했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유 씨는 이제는 꿈에서나 그리던 남편을 만나리란 기대 속에 눈시울을 붉혔다.
양승진 선생님의 동생 양미래(50) 씨도 "오빠를 찾게 되면 오빠를 비롯해 많은 학생들이 좋은 곳에서 살도록 명복을 빌고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유 씨의 바람은 다른 미수습자 가족이 그렇듯, 미수습자 9명 모두 가족 품으로 돌아오는 것.
유 씨는 "9명 모두가 배 안에서 발견돼 가족들 품으로 돌아오길 바란다"며 "하루라도 빨리 수색을 해달라, 너무 찾고싶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세월호는 선체 안 해수와 기름 제거가 끝나면 다음주 화요일인 오는 28일쯤 반잠수식 선박에 실린 채 목포신항으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