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내놓은 육성은 이 두 문장이 전부였다. 취재진이 소리쳐 되물었지만 더 이상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국정을 농단해 파면 당한지 11일 만에 내놓은 직접적인 멘트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이 검찰청사 포토선상에 선 것은 그가 국민들에게 입장을 내놓을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대통령으로서 나라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은데 대해 진솔하게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기를 많은 국민들은 기대했지만, 사죄와 용서는 역시 그의 사전에는 없는 단어였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는 표현도 일반 형사 피의자들이 조사받으러 들어갈 때마다 하는 의례적인 말이다.
박 전 대통령에겐 오히려 삼성동 집 앞에서 측근을 통해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며 드러낸 불복 의지가 여전히 읽혀졌다.
삼성에 경영권 승계를 도와주는 대가로 출연금을 요구한 사실도 없고, 최순실의 이익을 위해 KT 등 민간기업 인사에 개입한 적도 없으며, 블랙리스트는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뗄 게 분명하다.
박 전 대통령이 보여온 태도에 비춰볼 때 검찰에서 혐의를 모두 솔직하게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하나마나한 얘기다.
특히 박근혜 정권 우병우 전 수석 밑에서 실추될 대로 실추된 검찰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도 그렇다. 혐의를 입증할 증거는 지난 해 검찰수사와 특검수사를 통해 충분히 확보했다는 얘기도 있고, 박 전 대통령 소환이 자백보다는 절차적 피의자 소명 청취 차원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민감한 것은 박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인지 하는 문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관련자들이 모두 구속기소됐고, 사안이 중대하다는 점에서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에 대선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해 불구속기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검찰 내부 기류도 복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문제는 철저한 조사 뒤에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대선에 미칠 영향이 없을 수 없겠지만 결과는 어차피 동전의 양면이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된 것 자체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데서 비롯된 일이고 검찰수사가 법치주의를 바로세우기 위한 과정이라는 점에서 '법과 원칙'에 따른 결정은 새삼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