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당 합의? 발의 의석 모으기도 힘들 것
- 오스트리아 식 이원정부제는 분권형 대통령제가 아니다.
- 아이슬란드, 아일랜드에선 개헌 논의 시민회의
■ 방송: 대구 CBS <라디오 세상읽기> FM 대구103.1,안동 92.3 (17:05~17:30)
■ 진행 : 이동유 PD
■ 대담 : 시사평론가 김수민 씨(전 녹색당 대변인)
◆ 김수민: 네, 안 될 확률이 높습니다. 개헌안은 국회의원 과반이 발의해서, 국회의원 3분의 2가 찬성을 해야 국민투표로 올릴 수가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다 합쳐서 165석입니다. 발의해도 통과가 안 되는 거죠.
◇ 사회자: 하지만 민주당에서 35석이 더해지면 200석을 넘길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 김수민: 민주당 내에도 개헌을 조만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긴 한데요. 당론이 반대라서, 거스르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거꾸로,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이 3당이 사실 의견이 일치하는지도 의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선 개헌안 통과는 커녕 개헌안 발의선인 151석도 모으기 어려울 겁니다.
◇ 사회자: 3당 원내대표가 합의했다고 발표를 했는데, 당내에서 이견이 나오고 있죠?
◆ 김수민: 발표하자마자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반대했습니다. 국민의당, 바른정당 의원 합쳐서 71명인데 이들도 다 합의가 안 됐단 거예요. 그리고 개헌 골자를 보면 과연 단일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고, 또 자신들 스스로 ‘분권형 대통령제’ 이 내용을 숙지하는지도 의문입니다.
◇ 사회자: 자신들도 내용을 모르고 있다? 그건 무슨 얘기입니까?
◆ 김수민: 기초적인 개념도 이해 못하고 주장하는 게, 분권형 대통령제라면서 오스트리아식 이원정부제를 거론하더라구요. 오스트리아는 분권형 대통령제, 아닙니다. 헌법조문은 대통령제구요. 개헌은 안 한 거고, 역대 대통령들이 국회로 권력을 이양하면서 의회중심제, 소위 의원내각제처럼 하고 있어요. 또 대통령이 외교를 국회 선출 내각이 내치를 맡는다? 이렇게 설명하던데, 그걸 어떻게 분리합니까? 그런 게 아니라, 국회가 국정을 주도하고, 대통령은 국회가 공전하고 있다든가 비상사태가 있다든가 할 때 끼어드는 '정치적 소방관'인 것이 이원정부젭니다. 이런 상태에서 과연 세부적 내용에 합의가 되겠냐 하는 거죠.
◇ 사회자: 합의가 안 됐다고 보는 부분은 어떤 부분입니까?
◆ 김수민: 오스트리아 경우 평상시 대통령 권한은 작은데요. 한국은 대통령 권능을 어디까지로 할 거냐. 과연 합의가 될지… 그리고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제로 한다는데. 오스트리아식 이원정부제에선 대통령권한이 강하지 않아서, 굳이 4년 하고 나서 평가받아서 또 4년을 하든가 하는 이런 중임제보단, 오히려 임기를 6년 정도로 늘리고 단임으로 해도 됩니다. 이것도 국민의당에서도 나왔던 얘긴데. 종합해서 보면, 3당이 대통령 위상에 대해서도 제대로 생각을 안 해봤단 거예요.
◇ 사회자: 개념도 불분명하고 합의도 안 된 개헌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건데요… 결국엔 판 흔들기 아니냐, 이런 비판이죠?
◆ 김수민: 네. 판 흔들기죠. 개헌이 아니라 개헌 논의 그 자체가 목적인 거죠. 지금 그쪽에서 민주당을 대적하기가 어렵습니다. 맨날 빅텐트 친다 제3지대 만든다 하지만 반기문 사례에서 보듯이 대단히 어렵구요. 진영끼리 모이는 것도 어렵지만, 모여 봐야 원래 지지층이 이탈하는 딜레마도 있는 거구요. 그래서 고도의 구실이 필요한데, 일단 '개헌'이라고 하면 그게 좋은 싫든 거대 프로젝트로 보입니다. 이걸 고리로 삼아서 세력연합을 하겠다는 취지가 있는 거고, 민주당을 개헌 반대 정파로 몰아가면 전선이 또 새롭게 쳐지는 겁니다. 개헌 자체에 대한 여론은 다수고, 심지어 대선 전 개헌이라는 누가 봐도 무리인 입장에도 대충 20% 이상 나오거든요. 또 아직 대센 아니지만 한국 대통령젠 실패했으니 분권형으로 가야 한다 이런 국민여론도 앞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 지금 3당 입장에선 그나마 뻗어나갈 자린 거죠.
◇ 사회자: 민주당에선 어떻게 나올까요?
◆ 김수민: 개헌이 안 되는 상태가 조속 개헌파들에게 좋은 토양입니다. 민주당이 개헌 자체에 소극적으로 나오면, 조속 개헌파들은 그걸 가지고 민주당이 기득권 유지세력이다 이렇게 치고 나올 수도 있는 거죠.저는 이원정부제나 이런 제도 그 자첼 반대하는 건 별로 현명하진 못하단 생각을 합니다. 의원내각제나 그에 준하는 이원정부제는, 국회 다수파를 이루기 위해 여러 정당이 손을 잡고 협상하게 만드니까, 승자독식을 방지하는 제도상 원리를 갖고 있구요. 그래서 그 자체를 반대하면 민주당이 승자 독식세력처럼 돼 버립니다. 이걸 타 정당들이 노릴지도 모르겠구요. 민주당 입장에선 졸속 추진은 안 된다, 일단은 이렇게 정리하고 반대하는 게 맞을 겁니다.
◇ 사회자: 바로 그 점인데, 개헌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은 하지만 그렇다고 졸속으로 처리할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국민들 의견도 반영이 돼야죠?
◆ 김수민: 개헌은 국가의 최고 중대지삽니다. 국회의원끼리만 논의하면 안 되고, 범국민기구가 필요합니다. 아이슬란드와 아일랜드에선 개헌을 논의하는 시민회의, 캐나다·네덜란드·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선 선거법 개정을 다루는 시민회의가 활동했는데 참고해야 합니다. 시민회의가 공정하게 구성되려면 추첨으로 선발하는 게 가장 낫겠구요. 개헌 조문을 일일이 여기서 쓰진 못해도, 큰 방향과 기조에 대해 토론하고 초안을 국회로 올리기 전 표결도 하는, 그런 개헌 초벌구이가 필요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추첨된 사람뿐만 아니라 각계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어야겠죠.
◇ 사회자: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이번 대선 말고 내년 지방선거에 하잔 의견도 있는데요. 어떻겠습니까?
◆ 김수민: 지방선거는 지방정치가 주제여야 하고, 또 안 그래도 투표용지 일곱 장입니다. 여기에 고민꺼리랑 투표용지 한 장을 더 보태는 방안도 썩 좋아 보이진 않구요. 내년도 너무 이르고, 정부형태-권력구조 같이 넉넉한 토론이 필요한 부분은 2019년, 2020년쯤으로 개헌을 늦추는 게 좋겠습니다. 다만 국민합의가 쉬운 부분, 예컨대 국민소환제-국회의원도 소환할 수 있게 한다든가 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개헌. 이건 올 대선이나 연내에도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극히 부분적인 개헌이죠.
◇ 사회자: 그것도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국회의원들 목에 방울을 다는 거 아닙니까?
◆ 김수민: 그렇죠.
◇ 사회자: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하죠. 시사평론가 김수민 씨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