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주러시아 북한 대사는 이날 러시아 언론들을 초청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핵무기를 공개하기 훨씬 이전부터 미국과 호전광들은 연합 군사훈련으로 우리를 위협해 왔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언론들은 전했다.
김형준 대사는 "미국에 의한 핵전쟁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우리는 억지 능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면서 "핵실험과 탄도 미사일 발사 등은 우리가 가지는 당연한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이어서 사드의 한국 배치는 아시아의 전략적 균형을 파괴하는 것이며, 중국과 러시아에도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은 불법이라며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같은 날 주중 북한 대사관도 사드 배치를 비난하면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했다.
주중 북한대사관의 박명호 공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규모 군사력을 투입한 한미 연합훈련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명호 공사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가 아시아의 전략적 균형을 파괴한다며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에게도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중국과 러시아 언론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사드 배치가 북한뿐 아니라 중국가 러시아에게도 위협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은 반한 감정을 자극해 외교적 반사이익을 취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곧 중국을 방문, 북한의 핵·미사일 저지를 위해 중국이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압박을 가할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이 이를 거절하도록 부추기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에 따라 중국이 북한의 석탄 금수조치에 들어가자 이들 두 나라의 관계가 경색될 조짐을 보이기도 했지만 사드이 한국 배치를 계기로 중국은 다시 노골적인 북한 끌어안기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