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은 헌재 탄핵 이후 완전히 코너에 몰리면서 직전과는 180도 달라졌다. 무조건 검찰과 특검 조사를 거부하던 기존 태도가 바뀌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과 사전 조율을 거쳐 오는 21일 검찰 조사에 응하기로 했다.
삼성동 사저로 옮길때까지 진지를 구축하고 검찰 수사에 완강히 버틸것 같았던 박 전 대통령이 기존 태도를 바꾼 경위는 무엇일까. 엄습하는 구속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 아니면 탄핵 심판 기각에 대한 기대가 산산이 무너졌기 때문일까.
◇ 박 전 대통령 미몽에서 깨운 헌재 '8대0' 만장일치 판단
특히 탄핵이 결정돼도 일방적인 만장일치 판결이 나올 것으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8대 0. 만장일치 탄핵 결정은 박 전 대통령에게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 준 건 확실하다.
이 관계자는 만약 소수의견이 나왔다면 박 전 대통령의 입장회귀가 이렇게 빨리 구체화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이상 기댈 곳이 사라진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대통령에서 물러난 현 시점에서 최대 목표는 '불구속'인데 '궤변'으로는 절대로 목표 달성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고검장 출신의 법조인은 "우리가 과거에 전직 대통령 구속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런식으로 저항해서는(개겨서는) 될 일도 안된다고 주변에서 얘기를 하기 시작했을 것이고 그런 이유때문에 김평우 변호사나 서석구 변호사를 선택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조치는 박 전 대통령 측에 '부메랑'이 됐다. 헌재는 탄핵결정 이유서에서 박 전 대통령의 대면조사와 압수수색 거부는 헌법위반"이라고 판시했다.
한 마디로 뜨거운 맛을 봤고 그에 따라 전략 수정이 불가피했다는 얘기다.
◇ 박 전 대통령 주변에 신뢰할만한 법률가 없다
하지만 그들의 과격성은 도리어 국민 여론을 멀어지게 했고 헌재 재판관들에게는 국정혼란을 더이상 방치하는 것이 헌정질서를 지키는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강화시켰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헌재 심판에서의 실패는 그의 통치스타일에서 기인하다는 지적이 있다.
평소 참모들과 소통을 기피해 온 박 전 대통령 주변에는 사안을 냉정하게 보는 사람이 없었다. 레이저를 쏘는 그의 카리스마때문에 참모는 앞에서 얼었고 제대로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더욱이 검찰 수사와 탄핵 심판이 시작됐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법률가 출신으로 수석과 장관, 심지어는 총리를 지내고도 눈 앞에 나타나지 않는 인물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거의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전직 고위급 검찰출신 인사는 "과거 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전 대통령때는 장관이나 수석을 지낸 사람들이 변호인으로 활동했다"며 "노태우 전 대통령은 비서실장을 지낸 정해창 씨, 안기부장을 지낸 서동권 씨가 모두 변호인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너무나 다르다. 장관, 수석이 안나서고 검찰 수사라면 이명재 전 총장이 나서야 하는데 안나선다. 그게 이 정부에서 정상이 됐다. 대통령 캐릭터나 소통에 문제가 있는 거다. 유영하 변호사 외에는 그런 역할을 할 사람이 없는거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인사도 "정홍원 전 총리도 출세지향적 민낯만 드러냈다. 출범하자마자 총리를 시켰는데 헌재에 얼굴 한번 안보이고 검찰 수사에도 쏙 빠졌다"며 박 전 대통령 고위 참모들의 처신을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큰 법인들은 정치사건을 맡으려 하지 않고 나머지 개인 변호사들은 박 전대통령을 변호하기가 이미지상 어렵다고 느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두 박 전대통령의 자업자득이다. 오히려 궁지에 몰린 박 전 대통령이 미몽에서 깨어나 '현실'을 보게 된 경위일지도 모른다.
특검 출신 인사는 "지금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도 구속돼 있고, 헌재 결정으로 본인은 민간인이 됐고, "진실을 밝히겠다"는 메시지는 오히려 국민적 비난을 자초했고, 더이상 버티다가는 구속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