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주인은 기자다"…서울대 대학신문 65년 만에 백지 발행

"주간 교수들의 편집권 침해 극심" 주장

(사진=서울대 대학신문 페이스북 페이지 화면 캡처)
서울대학교 학보인 '대학신문'이 65년 만에 처음으로 백지 신문을 발행했다.

13일 서울대 학내 언론인 대학신문은 호외 1면을 공개했다.

해당 1면에서는 "주간 교수와 학교 당국의 편집권 침해에 항의해 1면을 백지로 발행한다"고 쓰였다.

또 이날 발행된 지면 2면에서는 '대학신문' 기자단의 성명서가, 3면에서는 그간의 편집권 침해 실태에 관한 글이 담겼다.

주간 교수는 학보 신문을 발간할 때 기사를 검토하는 보직 교수를 말한다.


대학신문 기자단은 "주간 교수들이 '삼성 반도체 반올림' 기사 게재를 허락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월 기자단이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을 위해 싸워온 시민단체 '반올림'을 소재로 선정하고, 취재 후 기사 작성까지 완료했지만 주간 교수들이 "기사가 노동자 입장에서만 작성됐다"는 이유로 기사의 게재를 막았다는 것이다.

기자단은 "주간에게 기사를 '허락'하고 '불허'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완성된 기사는 결국 지면과 홈페이지 어느 곳에도 게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주간 교수들이 기자단에게 알리지 않고 기사 작성을 조건으로 지원금을 받는 사업을 체결했다"고 폭로했다.

주간 교수들이 기자단 몰래 지난해 학기당 5개씩 개교 70주년 기획기사를 작성하는 것을 대가로 본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자단은 "당시 주간 교수들이 지원금을 이유로 특정 기사 작성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끝으로 "주간 교수들이 지난해 '10월 10일 학생총회, 본부점거' 이슈의 비중을 줄이고 '개교 70주년 기념' 이슈의 비중을 늘리라고 했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학생들이 지난해 10월 10일 시흥캠퍼스 철회를 요구하며 본부 점거에 들어갔지만, 주간 교수들은 이 이슈보다 개교 70주년 이슈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기자단은 "개교 70주년 이슈도 중요하지만 본부 점거가 더 중대하다고 판단했다"며 "그러나 지면의 검토 업무만 맡은 주간이 직접 지면을 제작하려고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고 말했다.

백지 신문을 통해 기자단은 주간의 편집권 침해를 인정하고, 편집권 침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사칙 개정을 약속하라고 총장과 운영위원회에 요구했다.

또 대학신문의 비정상적 인력·예산 상황을 조속히 정상화하라고 주장했다.

기자단은 "기사의 주인은 기자"라며 "그 누구도 기사를 쓰는 기자 본인의 동의 없이 기사를 자르거나, 특정 소재로 기사를 쓰라고 강요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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