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격팀’ 강원, 의지를 못 따르는 아쉬운 현실

종합운동장보다 열악한 경기장 시설에 진한 아쉬움

겨울 내내 흰 눈에 덮였던 강원FC의 홈 경기장 알펜시아 스타디움의 잔디는 K리그 클래식의 다른 경기장과는 크게 구분되는 열악한 상태에 그쳤다. 평창=오해원기자
승격팀답게 의욕은 넘쳤다. 하지만 현실은 아쉬움만 가득했다.

11일 강원도 평창의 알펜시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강원FC와 FC서울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라운드. 이 경기는 승격팀 강원이 올 시즌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는 알펜시아 스타디움이 처음으로 K리그 클래식에 첫선을 보이는 자리였다.


강릉과 춘천, 원주까지 다양한 경기장을 홈 경기장으로 사용했던 강원은 올 시즌 평창을 새로운 홈 경기장으로 선택했다. 사실상의 홈 경기장이었던 강릉종합운동장을 활용할 수 없는 탓에 강원은 축구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알펜시아 스타디움을 과감하게 홈 경기장으로 선택했다.

알펜시아 스타디움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우뚝 선 스키점프대였다. 원래 이곳이 축구경기장이 아닌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마련된 스키점프장임을 알려주는 거대한 시설물이었다.

하지만 알펜시아 스타디움에 들어서는 순간 환상이 깨졌다. 녹색의 기운을 전혀 찾을 수 없는 그라운드가 반겼기 때문이다. 그라운드의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맨땅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그라운드 상태는 근래 K리그 클래식 경기가 열린 경기장 가운데 단연 손꼽힐 정도로 최악이었다.

이곳 알펜시아 스타디움은 강원의 홈 경기 직전까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테스트 이벤트가 열렸던 탓에 그라운드가 잔디가 흰 눈에 뒤덮여 있었다. 홈 개막전을 앞두고 눈을 제거했고, 그 아래에 드러난 잔디는 동사 직전의 상태였다. 잔디 보호를 위해 덮어뒀던 퇴비의 영향으로 어렵게 생명을 유지한 딱 그 정도의 수준이었다.

알펜시아 스타디움에서 만난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아침 10시까지도 땅이 딱딱하게 얼어있어 제대로 경기를 할 수 있을지 솔직히 의심했다”면서 “날이 풀리면서 땅이 녹은 것은 다행스럽지만 선수들이 자칫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비단 잔디만이 아니었다. 경기장 곳곳의 잔디가 눈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중장비에 의해 크게 훼손됐고, 이를 급히 보수하기 위해 모래를 뿌려 더욱 잔디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경기장의 구역 표시를 위한 흰색의 표시도 구분이 상당히 힘든 수준이었다.

선수단이 사용하는 시설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임시로 만들어진 라커룸은 간이의자가 선수 숫자에 맞춰 놓여 있는 공간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1층이 아닌 3층에 만들어져 축구화를 신고 이동하는 선수들은 넘어지지 않기 위해 상당히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떼는 모습이었다.

경기 전 만난 최윤겸 강원 감독은 “잔디가 모두 누워있는 탓에 잔디 경기장이지만 맨땅에서 경기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공이 빠르게 움직인다”면서 열악한 잔디가 경기의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황선홍 서울 감독도 “예전에 썼던 종합운동장과 비교해도 경기장 환경이 생소하다. 분위기도 산만해 걱정스럽다. 선수들이 더 집중력을 갖고 경기하는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날 경기 초반 양 팀 선수들은 평소보다 빨라진 공의 움직임에 적응하지 못한 듯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실제로 이날 알펜시아 스타디움에서는 그동안 축구장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본부석 반대편에 자리한 관중석 뒤편 산 중턱에 일부 팬이 자리를 잡고 경기를 지켜보는 재미있는 광경이 펼쳐졌다. 이들은 오래지 않아 경찰과 경기장 안전요원에 의해 쫓겨났지만 여타 경기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장면이 분명했다.

경기장 주변의 교통 환경도 좋지 않아 대부분의 관중이 경기장과 멀리 떨어진 도로에 주차하고 한참을 걸어 경기장까지 이동해야 하는 것도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어린 아이를 동반한 축구팬에게는 더욱 아쉬운 부분일 수밖에 없었다.

한편 이날 경기는 원정팀 서울이 후반 33분에 터진 외국인 공격수 데얀의 결승골로 1-0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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