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지도부는 대선이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민심의 추이를 살피며 박 대통령 제명 등 징계조치를 두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에서 박 대통령을 부담스러워 하는 기류는 일찍이 감지된 바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지난 달 청와대 측에 "박 대통령 본인이 자진 탈당 결심을 하지 않으면 당에서 인위적으로 출당 조치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자진 탈당을 에둘러 권유한 것이지만, 청와대 측은 탈당 시점 등은 알아서 판단하겠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윤리위원회에서 이미 결정한 대로 박 대통령에 대한 징계는 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 당의 방침이고, 아직까지 이런 입장은 추호의 변함이 없다"며 당 차원의 탈당권유를 둘러싼 논란을 서둘러 진화했다.
하지만 당시 인 비대위원장의 발언에는 '아직까지'라는 전제가 붙어있다. 상황이 반전되면 결심이 뒤바뀔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 인 비대위원장은 지난 1월 박 대통령 징계가 당 혁신 과제로 대두되자 "박 대통령이 탄핵될지도 모르는, 동물로 하면 쫓기고 도망가는 상황인데 여기에 또 총질을 해야 하는가"라며 "그게 사람의 도리인가. 굉장히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고 했다. 탄핵 심판 선고 결과를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탄핵과 조기대선이 현실화 되면서 박 대통령 징계를 둘러싼 한국당 지도부의 고민도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대통령 제명으로 완전히 선을 긋고 '혁신 행보'에 나설 지, '탄핵 대통령'을 그대로 껴안고 갈 지는 대선의 중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당장 징계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탄핵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과 이에 따른 지지층 결집효과를 노리며 박 대통령을 당분간 품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헌법재판소 선고 전 "박 대통령이 막상 탄핵되면 안타깝다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친박계와 한국당 대선주자들이 줄곧 '탄핵 무효'를 주장하며 지지층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지도부가 이를 묵인해 온 것도 이 같은 '동정 여론 형성'에 대한 기대감과 무관치 않아보인다.
한국당 현역의원 94명 가운데 60명이 탄핵 반대 탄원서에 서명했다는 점도 '전략적 징계 유보' 관측에 힘을 싣는다. 다만,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혁신'을 전면에 내세우며 징계의 칼을 빼들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