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 현재 경찰 차벽을 사이에 두고 안국역 5~6번 출구 인근에선 탄핵 인용을 주장하는 시민 20여명이 철야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경남 양산에서 온 유모(63) 씨는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보는 것보다 여기 오는 게 맘이 편할 것 같았다"면서 "사람 하나 때문에 나라가 이 꼴이 됐으니 부마항쟁 때 탱크보다 더 무섭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온 권오민(28) 씨는 "기각 가능성이 단 1%라도 있어선 안 되겠단 생각이 들어 밤샘농성을 했다"면서 "이미 국민들의 마음에서 떠난 대통령인데, 사실상 헌재 탄핵은 하나의 행사에 불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새벽열차를 타고 현장으로 달려온 정원숙(52) 씨는 "학생들도 밤샘한다고 해 동참하게 됐다"면서 "여러 명이 함께 촛불을 밝히고 있기 때문에 추운 지도, 배고픈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돗자리에 앉아 패딩과 이불로 몸을 덮은 채 탄핵 결정에 대한 토론을 하면서 농성을 이어갔다. 옆에는 '박근혜 없는 봄을 맞이하자. 기각하면 항쟁이다. 헌재는 탄핵하라'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안국역 옆에서 촛불을 들고 서서 1인 시위를 하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같은 시각, 친박단체연합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측 회원 300여명은 전날 오전부터 이날 새벽까지 안국역 4번 출구 인근에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역시 길거리에 돗자리를 펴고 담요와 비닐을 덮은 채 밤을 지새웠다. 헌재에서 250m가량 떨어진 곳이다.
운명의 날 직접 시위에 참석해 감격스럽다는 배모(59) 씨는 "박 대통령이 억울하게 당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탄핵심판이 인용되면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길거리에서 밤을 샌 김모(51) 씨는 "열정에 불타올라 절대 춥지 않다"면서 "소추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에 충분히 각하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오전 7시가 넘어가자 "탄핵각하, 국회해산" 등의 구호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는 성조기도 같이 흔들었다. 이들은 조금 뒤 오전 8시부터 '누명탄핵 저지집회'를 연다.
촛불과 맞불의 밤샘 대치 속에서 헌재 앞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경찰 10여명이 일렬로 정문 앞에 서서 이중으로 서서 경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헌재 철재 정문도 굳게 닫혀 있으며 차량이 진입할 때마다 일일이 검문과정을 거친다.
경찰은 이날 서울 지역에 '갑호 비상'을 발령했다.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를 뜻하는 갑호 비상이 발령되면 경찰은 가용 경력을 모두 동원할 수 있고, 지휘관과 참모들은 사무실이나 현장을 떠날 수 없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병력 2만1600여명을 시내 곳곳에 배치했다. 경찰은 또 종로2가 로터리에서 안국역로터리까지 770m 구간을 양방향 완전 통제하고 원남로터리에서 안국로터리방향은 양방향 가급적 우회하도록 조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