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헌재 탄핵, 왜 재판관 성향과 상관없을까?"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3개월을 끌어온 탄핵심판이 드디어 종료된다. 그렇지만 헌재 결정을 앞두고 심판 결과를 예단하는 온갖 억측과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다. 재판관의 성향이나 지명 또는 추천자를 근거로 결과를 재단하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헌재 탄핵심판, 왜 재판관 성향과 성관없을까?"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헌법재판소 뒤로 청와대가 보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탄핵을 인용하느냐 기각하느냐를 두고 추측이 난무하는데 이게 모두 '괴담'내지는 '억측'이라는 거냐?

= 그렇다. 탄핵과 관련해 확정된게 없는데도 사실인 것처럼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퍼뜨리는 온갖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어떤 재판관은 보수적이고 어떤 재판관은 대통령이 지명했고, 어떤 재판관은 누구의 동생이고 등등 얘기를 듣다보면 솔깃하게 만드는 말들이 떠돌아 다닌다.

그렇지만 헌재는 최종 결정을 하지 않았다. 내일(10일) 오전 11시에 탄핵여부를 결정한다. 탄핵이 되면 '피청구인(박근혜)을 파면한다'는 주문을 읽게 되는데 박 대통령은 그 즉시 대통령직을 상실한다. 물로 기각이나 각하가 될 경우 대통령직에 곧바로 복귀한다.

SNS에서나 시중에 떠돌아 다니는 얘기들은 추측일 따름이지 확정된 건 없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기일인 지난 2월 27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탄핵심판이 속개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몇 대 몇, 몇 대 몇 이라는 게 모두 추측일 뿐이다?

= 그렇다. 개인적으로 또는 법률지식이나 헌재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개인 의견으로 그런 추측을 하는 건 가능하지만 헌법재판관이나 언론에서는 그런 구체적인 말을 하지도 않고 있고 보도고 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탄핵사건과 관련해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신속.정확.객관성 있는 보도를 위해 '출입기자단 규약'을 마련했다.

이 규약에는 5개항의 금지 조항이 있는데 '주문을 미리 빼낸 보도'나 '주문 전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단정적 보도'를 못하도록 했다.

그러니까 몇 대 몇이라는 말들은 모두 추측이거나 억측일 따름이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사진=박종민 기자)
▶ 어떤 재판관이 보수성향이니 진보성향이니 하는 것도 추측인가?

= 그렇다. 법관들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이다. 보수라는 의미가 언젠가부터 나쁜 이미지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보수는 지킬 가치가 있는 전통이나 명예, 질서 이런걸 지키려는 걸 말한다.

법률은 기본적으로 사회변화를 뒤쫓아가기 때문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법관들은 보수적이고 최고의 법관인 헌법재판관들은 누가 지명했는냐가 다를뿐 기본적으로 보수성향 일 수밖에 없다.

일부 언론에서는 대통령이 지명한 재판관은 보수적이고 또 현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명한 재판관과 여당에서 추천한 재판관은 보수성향이고 야당에서 추천하거나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지명한 재판관은 진보성향이라고 보도하는 건 일종의 편가르기 내지는 프레임 전략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진보적으로 분류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됐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가 진행되면서 정치권이나 일부언론들의 편가르기 내지는 프레임짜기가 횡행했다.

기본적으로 '촛불집회 vs 태극기집회', 탄핵의 '인용 vs 기각' 이런 식의 보도가 선명하고 이해하기 쉬울 수는 있지만 사실을 왜곡한다는 함정도 있다. 그러다보니 정말 탄핵이 되는거냐? 혹시 기각되는 것 아니냐? 등등의 질문도 많이 받았다. 분명한 것은 법률과 상식으로 사안을 보면 된다는 것이다. 정치권이나 일부 언론들이 의도하는 프레임에 갇힐 이유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기일인 지난 2월 27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청구인 측 대리인이 최종의견서, 구두변론요지서, 등 준비서면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재판관 성향과 상관없이 결과가 나올 것이다?

= 그렇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왜 국회에서 탄핵이 발의됐고 탄해소추안이 절대다수의 찬성으로 가결됐는지를 돌아보면 된다.

그리고 검찰과 특검의 수사결과 그리고 재판과 헌재의 심리과정을 지켜보면서 뭐가 문제인지? 나라가 어떻게 운영돼 왔는지를 똑똑히 봤을 것이다.

결론을 예단 할 수 없지만 혹시라도 국민들이 두 갈래로 나눠 질수도 있기 때문에 헌재가 현명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믿는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대통령 탄핵이 아니지만 미국에서 가장 민감한 흑백갈등의 문제였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1896년 "흑백을 '분리하더라도 평등한(separate but equal)' 기회를 제공하면 합헌"이라는 판결을 했는데 공립학교의 인종 분리가 위헌이라는 소송이 제기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흑백갈등'이 민감한 문제였고 대법원 9명의 의견은 갈렸다. 그렇지만 연방대법원은 1954년 5월 '분리된 평등은 불평등'이란 '만장일치' 판결을 이끌어냈다.

대통령 탄핵은 '여당이나 야당'의 문제도 아니고 '진보 대 보수'의 문제도 아니고 '촛불 대 태극기'는 더더욱 아니다. 헌법재판관들이 법률과 상식에 따라서 판단하지 개인의 인연이나 이런걸로 판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탄핵심판 결정 선고가 3월 10일로 합의가 됐다는 것만 봐도 헌법재판소가 상식과 법률에 따라 판단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사진=자료사진)
▶ 대통령 파면이 결정되면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어떻게 되는거냐?

= 검찰로 다시 공이 넘어갔으니까 검찰에서 하게 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부본장인 노승권 1차장검사는 '탄핵 정국과 상관없이 수사를 원칙대로 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답변했다.

노승권 1차장은 "우리가 유종의 미 잘 거둬야겠다 마무리 잘 해야겠다 하는 마음 있다"고 수사에 임하는 태도를 설명했다.

지금 검찰로서는 이 이상의 입장을 밝히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특수본 시즌2는 시즌1과 달리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수수사에 정통한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검찰은 정답대로 할거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구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80%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자료사진)
▶ 대통령이 파면되면 곧 바로 대선국면인데 전직 대통령을 구속 할 수 있을까?

= 그런 얘기가 있는 게 사실이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야당에서 비자금 의혹을 폭로했을 때 검찰이 대선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수사를 유보한 전례도 있다.

그렇지만 이번 사안은 분명하게 다르다. 왜 5월 대선이 치러지게 됐나?

대통령의 잘못으로 인해 탄핵이 이뤄졌고 5월 대선이 치러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대통령이 파면된 뒤에 수사를 유보하는 게 대선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걸까? 아니면 법과원칙에 따라 수사하는 게 영향을 덜 미치게 될까?

상식에 속하는 문제라는 얘기다. 한 중견법조인은 "청와대 나오자마자 곧바로 검찰에 나오라고 통보하기는 그렇고 다음주 중에는 나오라고 하지 않을까?"예상한다면서 "검찰이 이미 조사한다고 했었고, 특검도 조사할려고 했다. 조사준비는 다 돼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도 "이 사건은 유보가 불가능하다. 대선 영향을 우려해서 수사를 멈춘다는 건 논리적 모순이다. 또 수사가 늦춰질수록 대선에 영향을 더 주게된다"면서 "최대한 신속히 대통령을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이한형 기자)
▶ 청와대 압수수색 이번에는 가능할까?

= 그게 큰 실익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한 이유가 대통령 때문이 아니라 청와대의 상징성 때문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이 필요한 자료를 청와대에서 넘겨받은 절차가 가능할지 않을까? 그런 전망이 우세하다.

대통령의 수사의 변수는 파면된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에 응하지 않고 버틸 경우다.

이미 여러차례 전례가 있다. 자유한국당 이인제 의원이 2004년 지구당에서 농성을 벌인 적이 있고, 정형근 전 의원도 집에서 버티다가 당으로 도주해서 검찰이 소환하지 못한 전례가 있다.

박사모를 비롯한 극렬지지자들에 둘러싸여 버틸 경우 검찰로서도 난감한 지경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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