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거론…'자충수' 될 수도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노컷뉴스 자료사진)
새로운 대북 정책을 구상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대북 옵션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반도 주변 정세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 구상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원칙을 깨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정치군사지형을 볼 때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자충수로 전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지전에서 사용하기위해 만들어진 20Kt 이하의 소형핵무기인 전술핵무기는 수십 년간 주한미군에 배치되어 있다가 1991년 철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 철수는 같은 해 한반도비핵화선언의 근거가 되었고, 이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비판하는 논거가 돼왔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가 사라지면 북한은 핵개발에 대한 명분을 얻을 수 있고 한국 역시 내부적으로 자체 핵무장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게될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미국은 전술핵무기의 재배치에 필요한 비용을 한국에 요구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더욱 늘어날 수 있고, 한·중 한·러 관계도 악화할 수 있다"면서 "한국으로서는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보다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전술핵 재배치가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한반도 주변 지역에서 핵무기를 장착한 폭격기와 잠수함 등을 동원해 북한의 핵 위협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데 굳이 전술핵을 배치해 북한의 정치외교적 입지를 강화시켜주고 주변국의 반발을 살 이유가 뭐냐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은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주한 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이상의 반발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계획만으로도 이미 한중간의 외교, 경제 마찰이 심각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고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사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반도에 전술핵이 배치된다면 동북아 대결 구도의 고착화로 이어지고 그만큼 한국의 외교적 입지는 좁아질 공산이 크다.

정성장 실장은 한반도에 전술핵이 재배치될 경우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해 미중, 미러 관계뿐만 아니라 한중, 한러 관계도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면서 "전술핵 재배치는 검토는 할 수 있겠지만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은 없다"고 결론 지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실제로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하려고 한다기 보다는 중국이 북한 핵 미사일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도록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이 북한이 가진 전략적 가치 만을 고려해 계속 북한을 감싸는 행보을 보인다면 사드 배치에 이은 전술핵 재배치 등 껄끄러운 이슈를 각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전술핵 배치 문제가 공론화 되면 대선 국면에 접어든 한국 정계도 사드 배치 과정에서 겪었던 찬반 갈등을 피할 수 없게될 전망이다.

이미 야권 주자들은 전술핵 재배치에 반대한 반면, 범여권 대선 주자들은 전술핵 재배치 뿐만 아니라 자체 핵무장까지 주장하고 나서는 형국이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문제는 자국의 안보 이익을 우선시 하는 주변 강대국의 논리가 아니라 통일과 번영의 전제로서 평화를 필요로 하는 한국의 안보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결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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