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9시30분 롯데면세점 소공점이 문을 열자 보도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던 150여 명의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은 원하는 여행가방을 끌며 우르르 달려갔다.
유커들이 다시 줄을 선 곳은 한국 화장품 설화수와 숨 매장 앞. 먼저 도착한 유커들은 싱글벙글했고 뒤쪽에서는 30미터가 넘는 줄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드부지 계약 체결로 한국과 롯데에 대한 중국의 파상 보복이 시작됐지만 롯데면세점 안의 쇼핑 열기는 그대로였다. 스마트폰으로 제품 검색에 몰두하는 유커들의 옆에는 쇼핑가방이 한가득이었다.
당시 중국 당국의 강력한 사드 보복 경고에도 정작 유커들은 중국 당국의 강력한 경고“사드에 별 관심없고 한국여행과 쇼핑에도 큰 영향이 없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실제 배치에 대해선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며 “양안(兩岸.중국-대만) 관계처럼 심각한 문제가 돼 한국에 오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었다.
일단 말수가 줄었다. 종전에는 10명 중 2~3명이 인터뷰를 꺼렸지만 이날은 6~7명이 입을 닫고 서들러 자리를 피했다. 성격도 인터뷰 사양이 아니라 거부에 가까웠다.
여전히 사드에 대해 잘 모르는 유커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선양에서 온 조모(여.30) 씨는 “한국이 안보 문제로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는 데 이해가 가지만 중국도 안보 문제가 걸려 있다”면서 “중국 국민으로서 국가 이익이나 안보가 침해된다면 당분간 한국에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곁에 있던 조씨의 남자친구(33)도 “중국 정부에서 한국 방문이나 쇼핑에 대해 금지령을 내리면 따를 수 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부 유커는 평소 롯데를 좋아했지만 중국 언론의 파상적인 롯데 때리기에 부정적인 생각이 들고 있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특히 오는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을 기점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관측도 내놓았다.
한 30대 여성은 “소비자의 날에 국영방송 CCTV에서 소비자고발 프로그램 ‘완후이(晩會)’를 방송하는데 영향력이 상당하다”면서 “만약 롯데 등 한국기업이 고발된다면 불매운동 여론이 커지며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베이징에서 온 이모(남.30) 씨는 “정치는 정치고 교역은 교역이다. 별개로 보고 대처하는 게 대국다운 자세”고 말했다.
또 중국 언론의 불매운동 선동에 대해서도 “중국 소비자들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인데 바람직하지 못하다”라며 “민간을 동원해 보복에 나서는 것은 양국 관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지난해 국내 전체 면세점 매출은 12조2757억원, 롯데면세점은 5조9728억원이었다. 이중 중국인 매출 비중은 70% 정도로 추산된다. 전체 면세시장에서 8조6천억원, 롯데면세점에서 4조2천억원을 차지하는 규모다.
중국 정부는 한국행 여행상품의 전면 판매 중단을 지시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유커는 방한 외국인의 절반인 806만명, 이중 60%쯤이 여행상품을 이용했다. 단순 계산으로 국내 면세시장 매출 중 연 5조원 이상이 증발할 위기에 처했다.
서울만 13개까지나 늘려놓은 면세점업계가 공포에 빠진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