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안주고 버티다 "매만 번" 생보3사

금융감독당국 중징계 절차 들어가서야 백기

자살의 경우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속을 하고도 막상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버티던 삼성생명이 교보생명에 이어 결국 손을 들었다.

마지막 남은 한화생명도 3일 오전에 열리는 정기이사회에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하는 안을 상정하기로 해 교보나 삼성 생명의 뒤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자살보험금 미지급은 해묵은 문제였다. 그런 만큼 해소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여러 번 있었다.

생보사들은 재해사망보험을 팔면서 가입후 2년이 지나면 자살의 경우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약관에 명시하고도 이 상품의 수익자들에게 일반 사망보험금만 지급했다.

재해사망보험금은 일반 사망보험금의 2~3배. 보험사 입장에선 돈을 아끼고 싶었겠고 '자살은 재해가 아니지 않느냐'는 통념에 기대 구렁이 담 넘듯 약관을 무시하고 지급하지 않았던 게 문제의 단초였다.


2014년 9월 금융감독원이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보험사들에게 자살보험금 지급을 권고했고 대부분 보험사들이 이를 따랐지만 유독 생보업계 '빅3'만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 판결까지 끌고 가면서 지급을 거부해왔다.

대법원이 지난해 5월 "약관에 명시된 내용은 따라야 한다"며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이후 11월에 "소멸시효가 지난 것은 주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나오자 이를 빌미로 또 버텨왔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법리를 따지기 전에 "보험회사는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어 만일 신뢰가 무너진다면 더 이상 존립할 수 없다"는 원칙적 입장에서 일관되게 자살보험금 지급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중징계하겠다는 의지를 줄곧 밝혀왔다.

금융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보험사의 약속을 믿고 상품에 가입한 것인 만큼 보험금을 받아야 마땅한데도 상품을 설계할 때 따졌어야 할 법적 문제를 이제와서 따지며 못 준다고 하는 것이어서 속았다고 분노할 수 밖에 없는 사안이다.

금융소비자연맹도 이 문제에 대해 여러차례 성명을 통해 "보험사들이 약관에 명시한대로 자살보험금을 주지 않고, 판례를 들어 배임 가능성을 운운하며 지급을 미루는 행위는 명백한 사기행위"라고 비판해왔다.

자살보험금 문제가 공식화된 이후 3년을 보내면서 끝까지 버틴 생보사들은 중징계가 예고되자 일부만 지급하겠다는 '꼼수'를 써 비난여론만 키웠고 급기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중징계가 결정됐다.

교보생명은 제재심 직전에 지연이자를 뺀 미지급분을 모두 내놓기로 결정해 징계수위가 낮아졌지만 삼성생명은 제재심의 중징계 결정이 나온 뒤 CEO의 연임이 어려워지자 뒤늦게 입장을 바꿨다.

삼성생명은 미지급 자살보험금이 1608억 원이었지만 징계가 결정된 뒤 입장을 밝히다 보니 지연이자까지 다 주기로 해 총액이 1740억 원으로 불었다.

진작 고객 입장을 배려해 지급했더라면 100억 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다.

한화생명은 제재심에서 임원문책경고와 영업정지 2달 등의 중징계가 의결됐지만 차남규 사장(63세)이 내년 3월까지 임기여서 교보나 삼성 생명처럼 CEO 자리가 당장 흔들릴 처지는 아니지만 다른 보험사들이 모두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상태에서 홀로 버티기가 부담스러워 보인다.

어쨋든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는 한화생명이 3일 이사회에서 미지급금 전액 지급 결정을 내리면 모두 마무리되겠지만 생보사들은 이 과정에서 '금융소비자들의 신뢰'라는 귀중한 자산을 스스로 훼손한 셈이 됐다.

특히 마지막까지 버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손실을 입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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