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98주년 삼일절 기념일에 안타깝게도 태극기가 둘로 나뉘어졌다. 삼일절인데도 태극기를 게양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98년전에는 대한독립을 외치면 하나된 목소리였지만 이번에는 친박단체와 극우단체들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를 주장하면서 태극기를 들면서 태극기가 불편한 존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태극기를 들고 직접 걸어보니…왜 불편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여러가지 사정으로 게양하지 못했다. 올해는 태극기 게양율이 떨어졌다고 한다.
대구에 사는 한 예술가는 페이스북에 "오늘 삼일절 남편과 숙고 끝에ᆢ올해는 결국ᆢ 태극기를 달지 않기로ᆢㅠ"라는 글을 올렸다. 댓글에도 "저도 그렇게 했다"거나, "저희도 만세로 대체하기로 했다", "딸과 의논끝에 올해는 달지 않기로 했다"는 글이 이어졌다.
서울의 한 중견법조인도 페이스북에 "오늘 태극기를 밖에 내걸지 않았습니다. 대신 마음속에 걸었습니다"는 글을 올렸다. 댓글에는 "같은 마음으로 걸지않았다"거나 "올 삼일절엔 꼭 달겠다고 지난해 사둔 태극기를 끝내 달지 않았다", "그렇게, 소중했던 태극기인데 박사모때문에 ᆢ 저도 맘속깊이 간직합니다"는 글들이 달렸다.
특히 목포에 산다는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688세대의 아파트에 태극기를 게양한 집이 딱 한 집이었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일제의 지배에 항거하여 1919년 3월 1일 한일병합조약의 무효와 한국의 독립을 선언하고 비폭력 만세운동을 시작한 날을 기념하는 삼일절에 어쩌다 태극기가 불편해진 것이다.
= 그랬다. 3.1운동 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주최한 3.1절 기념행사에 갔다가 태극기를 들고 종로구 경운동에서 낙원상가와 종로통 거리를 거쳐서 탑골공원을 지나 청계광장과 광화문사거리, 광화문광장까지 걸어봤다.
그런데 태극기를 들고 걷는 동안 어색하고 불편한 눈길을 많이 느꼈다.
젊은 사람들은 힐끗힐끗 쳐다보면서 지나갔다. 멀쩡한 사람이 왜 저럴까? 그런 느낌을 받았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태극기를 보고 얼굴을 쳐다봤다. 신기하다고 보는 것인지 대견하다고 보는 것이지는 모르겠지만...
태극기를 들고 다니면서 불편한 감정을 느끼다니 그것도 삼일절 98주년 기념일에 참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
= 있었다. 친박단체나 극우단체들의 집회장소 주변에서는 문제가 없었는데 광화문 광장으로 진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청계천광장에서 광화문광장으로 가는 길이 험난했는데, 탄핵반대집회에 참석한 인파가 어느때보다 많은 탓이기도 했지만 경찰이 곳곳에 차벽으로 막고 집회참가자들의 충돌을 막기위해 광화문 광장으로 진입을 통제했기 때문이다.
광화문 광장의 교보빌딩에서 KT빌딩쪽으로 태극기를 들고 가니까 경찰관들이 보수집회는 저쪽이라며 광화문 광장 진입을 한사코 막았다. 결국 신분을 밝히고서야 광화문 광장으로 진입이 가능했다.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 광장으로 들어가기도 어렵고 들어가서도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왜 촛불집회 장소로 들어왔느냐?는 그런 시선이었다.
= 태극기를 보면 깜짝 놀란다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광화문이나 시청주변에서 태극기를 말아서 들고 다니는 나이든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무리를 지어 다닐때는 태극기를 펼쳐들고 다니지만 한두 명일때는 태극기를 숨기듯이 신문지에 말아서 들거나 배낭속에 넣어서 다닌다.
2002년 월드컵때 태극기는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왔다. 대형 태극기가 나부끼고 얼굴이나 몸에도 태극기 페인팅을 하기도 했다. 태극기와 대한민국으로 하나가 되었는데 이제는 태극기가 친박단체의 상징 또는 박근혜 대통령의 상징처럼 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연말부터 친박단체들이 태극기를 자신들의 상징으로 들고 나왔고 언론에서 촛불집회의 반대개념으로 '태극기집회'라고 명명하기 시작하면서 태극기는 친박단체나 극우단체의 전유물처럼 됐다.
특히 언론에서 '촛불집회 vs 태극기집회'로 이분법적인 보도를 이어가면서 촛불은 탄핵을 주장하는 상징으로 태극기는 탄핵을 반대하는 으로 부각되면서 태극기가 대한민국의 상징에서 친박단체의 상징 또는 박근혜 대통령의 상징으로 변질된 것이다.
집회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려고 태극기를 이용한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냥 뭐든지 태극기를 가져다 붙이면 이미지가 좋아질 거라는 생각자체가 나쁘다"고 말했다.
한 집회 참석자는 "태극기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친박단체이거나 극우단체 소속일거라는 편견을 갖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 탄핵반대집회에서 만나는 불편한 게 바로 그런 주장들이다. 군복을 입고 나오거나 군가를 틀거나 심지어 '군대여 일어나라', '탄핵을 선포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집회에 참석한 걸 보면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다.
그런 손팻말은 든 집회참석자에게 '계엄이 뭔지 아시냐?'고 물었더니 설명을 하지 못하면서 왜 시비거냐고 몸으로 떠밀었다.
법조인들에게 '군대여 일어나라'거나 '계엄령을 선포하라'는 주장이 위법인지 아닌지를 물었더니 형법90조 2항의 내란선동죄가 된다고 한다. 내란선동죄는 3년이상의 유기징역이나 유기금고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미 조선의열단 기념사업회와 이명박근혜 심판 범국민행동본부 등 6개 단체가 집회에서 내란을 선동한 혐의로 정광용 박사모 회장을 고발했다. 검찰은 미적대고 있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민주화운동시기에는 정부를 비판하는 유인물만 소지해도 내란 예비음모 등으로 강제연행해 고문을 하고 엄벌에 처했다. 그랬던 공안검사들이 내란을 선동하는 행위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
형법 제91조(국헌문란의 정의) 조항을 보면 "1.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2.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 그렇다. #태극기를되찾자는 해시태그 운동이 꾸준히 벌어지고 있고 태극기에 노란리본을 달자는 운동이 이어지면서 삼일절인 어제는 노란리본을 단 태극기를 든 참석자들이 많았다.
98년전 유관순열사가 들었던 태극기의 의미를 생각해봐야 한다. 빼앗긴 나라를 찾기위해 가슴속 깊숙이 간직하던 태극기를 특정 개인, 그게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탄핵소추돼서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 개인을 위해 태극기를 드는 게 정당할까? 그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