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문라이트'가 26일(현지시간) 열린 제89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의 영예를 안았다. '문라이트'는 미국 마이애미에 사는 한 흑인이 20년에 걸친 삶의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사랑과 정체성 문제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이 영화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호흡은 물론, 극중 인물들의 감정을 시종일관 밀도 있게 끌고 가는 비범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이를 통해 트럼프 시대를 맞은 미국 사회가 목말라하고 있는 '다양성'의 가치를 웅변한다.
극중 흑인 주인공은 성년이 되는 과정에서 주변의 차별과 공격을 받으며 괴로워한다. 이는 곧 배리 젠킨스 감독을 포함한 대다수 흑인들의 경험일 뿐 아니라, '혐오'로 점철된 극단의 시대로 치닫는 전 세계의 사회적 약자·소수자가 공감할 법한 보편적인 감성을 건드린다.
그 중심에는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가 있다. 리틀(알렉스 히버트)은 마이애미에서 홀어머니 아래 외롭게 자라는 소년이다. 또래보다 작은 체구와 조용한 성격으로 주변 친구들에게 놀림과 따돌림을 당한다. 어느날 괴롭히는 친구들을 피해 숨어들어간 곳에서 우연히 후안(마허샬라 알리) 아저씨를 만나게 되면서 리틀은 조금씩 변해간다.
유약해 보이고 조용하며 지독한 사춘기를 겪고 있는 샤이론(애쉬튼 샌더스), 학교의 불량한 친구들은 여전히 그를 괴롭힌다. 샤이론의 엄마는 마약에 빠져 아들에게 관심을 주지 못한다. 외로운 샤이론에게 기댈 곳은 후안의 여자친구 테레사와 그의 유일한 유일한 친구 케빈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샤이론은 케빈과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운동장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은 샤이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유약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 외적으로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해진 블랙(트래반트 로즈)은 어린 날 알던 후안 아저씨를 많이 닮아 있다. 그러던 어느날, 학창시절 유일한 친구였던 케빈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은 블랙은 다시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 영화를 연출한 배리 젠킨스 감독은 '멜랑콜리의 묘약'(2009)에 이은 두 번째 작품 '문라이트'로 아카데미를 비롯한 전 세계 유수 영화제를 평정한 30대 천재 감독으로 손꼽힌다.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으로 호명돼 무대에 오른 '문라이트' 제작자는 "작은 흑인 소년들과 또 다른 유색인종 소녀들이 집에서 이 장면을 보고 있다면 희망을 얻기 바란다"며 "(함께 무대에 오른 흑인 배우·스태프들을 둘러본 뒤) 이 아름다운 예술가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영화를 만들었다. 배리 젠킨스 감독을 보고 모두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