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극장에서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재심을 다룬 영화를 관람한 뒤 진행된 간담회에서 "이 영화가 울림이 오는 이유는, 이게 과거의 역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국가정보원이 탈북자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조작해 엄청난 고초를 겪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실제로 이렇게 재심을 통해서 억울함을 밝혀낸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라며 "훨씬 많은 사람들의 억울함을 밝히지 못하고 있고, 만약 밝힌다고 해도 무너진 세월들을 어떻게 보상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고문 경찰관과 부패 검사들, 심지어 피고인의 절규를 들어주지 않은 재판부까지 어느 한 사람 책임지지 않는다"며 "이런 세상을 우리가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 '재심'은 실화인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소재로 했다. 경찰과 사법부의 강압적인 수사와 재판에 억울하게 유죄를 선고받은 한 소년이 10년 후 재심에 나서는 과정을 그렸다. 재심을 실제로 진행한 박준영 변호사가 모델이 됐다.
문 전 대표는 영화를 보는 내내 눈가를 훔치기도 했다. 문 전 대표의 옆에서 영화를 관람한 김태윤 감독은 "문 전 대표가 영화를 보는 중에 계속 눈물을 훔치시더라"라고 전했다.
문 전 대표는 "아주 울림이 크고 재미도 있는 이 영화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셨으면 좋겠다"며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세상을 좀 더 밝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조금 덜 슬픈 세상으로 만들 길을 같이 생각해보자고 그렇게 말씀들 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법 피해자를 구하는 국가기구를 꼭 하나 만들어 주길 부탁드린다"는 박 변호사의 요청에 문 전 대표는 "국가로부터 큰 피해를 입은 피해자 개인이 몸부림치는 게 아니고 국가가 제도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그런 것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와함께 범죄 증거자료 보관제도 보완도 약속했다. 문 전 대표는 "미국은 수십 년 전 살인사건들이 DNA 조사를 통해서 다시 무죄로 밝혀지는 이런 사례들이 많다"며 "제도적 일을 하나 생각한다면, 범죄 당시 증거자료들이 제대로 보관만 돼 있다면, (훗날에)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자신이 변호했지만 유죄를 받았고, 지금은 박 변호사가 재심을 진행하고 있는 '엄궁동 살인사건'을 언급하며 "그 때는 할 수 없었던 DNA 검사를 지금은 할 수 있지만, 그런 증거자료들이 다 없어졌다"며 "증거자료를 제대로 보관하는 그런 제도만 갖춰 놓더라도 사법제도를 통해 억울함을 밝힐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 될 것이다. 이거 하나 만큼은 확실히 약속드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