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열차 종착역서 '품행제로'는 朴대통령측 노림수

'불공정 재판' 프레임 확산으로 지지세력 결집 포석

탄핵심판이 종착점에 다다르면서 박근혜 대통령 측의 ‘헌재 흔들기’가 도를 넘는 배경엔 선고 타이머를 늦추고, 지지세력을 결집하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 측은 22일 변론에서 강일원 주심을 ‘국회 대변인’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고,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에겐 “퇴임에 맞춰 과속진행을 한다”고 시비를 걸었다.

공정성을 문제 삼아 주심에 대해 기피신청도 했다. 탄핵소추의 내용뿐 아니라 절차의 정당성도 다시 걸고 넘어졌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게 불 보듯 뻔한 데도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전 헌재소장 등 20여 명을 새로 증인 신청했다.

노골적 몽니에 가까운 무리수였지만, 박 대통령 측의 총공세 전략은 ‘태블릿PC 조작설’, ‘고영태 녹음파일’에 이어 ‘불공정 재판 프레임’을 확산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탄핵심판정 안에서 태극기를 꺼내 들거나 색깔론을 펴는 것과 같이 지지세력을 끌어모으기 위한 여론전 성격이 짙어서다.

'선봉장'에 선 건 대리인단 가운데 최고참 격인 대한변협회장 출신의 김평우(72·사법시험 8회), 전 대법관인 정기승(89·고등고시 8회) 변호사였다.

김 변호사는 발언대에 초콜릿과 음료수병을 갖다놓고 1시간 40분 동안 재판부, 국회 측을 향해 막말을 쏟아냈다.


강일원 재판관은 의도를 간파한 듯 “김평우, 정기승 두 분 어르신께서는 헌법재판을 많이 안 해보셔서 그런 것 같다”고 비꼬았다. 태연한 표정이었고, 차분한 어조였다.

재판부는 매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던 박 대통령 측 대리인들에게 주의를 주는 것 외엔 별다른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또 다른 반발의 빌미를 줄 '미끼'를 물지 않은 것이다.

소추위원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도 쏟아지던 김 변호사의 독설에 쓴웃음만 지은 채 “반박 자체가 헌법재판의 격을 떨어뜨린다”는 말을 변론 뒤 기자들에게 남겼다.

탄핵 선고 전 하야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국회 소추위원단 소속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도 부정하고 헌재 재판 절차를 송두리째 부인하는 안하무인 태도는 선고 하루 이틀 전쯤 ‘하야’라는 시나리오로 이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자진사퇴론을 ‘막판 꼼수’로 선택해 탄핵을 피하려 한다는, 범여권이 지핀 군불이 헌재로도 옮겨붙었단 주장이다.

헌재의 ‘데드라인’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 측은 이날도 최종변론에 직접 출석할지 밝히지 않았다.

24일로 예정됐던 최종변론기일은 27일로 연기됐다. 출석 여부부터 안갯속이라 최종변론은 곳곳이 지뢰밭이다.

박 대통령 측 대표대리인 이중환 변호사는 “대리인마다 각자 변론한다. (최종변론에서도) 각자 변론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막가파식 발언’에 제동을 걸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추가 돌출 행동과 “중대한 결심”이라고 언급했던 대리인단 전원 사퇴도 실효성을 떠나 남겨둔 카드로 보인다.

박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 결과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올 경우 승복하지 않겠다는 여지도 남겼다.

이중환 변호사는 변론 직후 기자들과 만나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승복하겠냐’는 질문을 받고선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라며 어깨를 으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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