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론을 유지하거나 추격전을 펼치는 양측 모두 설화(舌禍) 혹은 모호한 화법으로 향후 지지율이 크게 요동칠 것이란 위기감 때문이다.
경선 시점이 다가올수록 수성(守城)이냐 공성(攻城)이냐를 놓고 치열하게 맞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후보나 외부 지지자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양측은 물론 보수진영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文, 자신보다는 주변 인사 설화로 곤욕
자신의 구상을 본인이 소화해서 입밖으로 내놓는 과정이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이재명 시장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지 않다는 건 단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다른 주자들과 달리 차분함과 진정성이 배어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문제는 대세론만큼 주변에 구름같이 모인 외부 인사들의 정제되지 않은 언사다.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과 더불어국방안보포럼·안보자문단 등 전문가 지지그룹, 문화예술계 지지자 모임인 '더불어포럼' 등을 포함하면 활동하는 지지자만 1000명이 훌쩍 넘어선다.
외부 인사들의 말 한마디가 문 전 대표 지지자라는 이유만으로 공격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외연이 넓은 만큼 언제 어디서 어떤 문제가 터질지도 모른다. .
"대통령이 되면 북한을 먼저 방문하겠다"는 발언으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등 보수층으로부터 안보관에 큰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들은 문 전 대표는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영입 카드로 국면전환을 시도했지만 "아내를 총으로 쏴죽이겠다"는 말 한마디에 타격을 받았다. 전 전 사령관은 "문 전 대표를 멀리서 돕겠다. 제 발언을 사과한다"는 말을 남기고 미국으로 떠났다.
최근 캠프 자문 공동위원장을 맡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김정남 피살은 권력 속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박정희가 DJ 를 납치해 죽이려 한 사건도 같은 맥락"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도 보수진영에서는 연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문 전 대표 '영입 1호'인 표창원 의원이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50년 살아오고 1년간 정치를 해봤더니 확신이 강해졌다. 대통령을 포함해서 국회의원, 장관 모든 공직에 65세 정년을 도입해야 한다"는 글을 올린 것도 과거 민주당의 노인폄하 발언을 떠올리게하며 뭇매를 맞았다.
문 전 대표 캠프 내에서는 전전긍긍이다. 외부 지지 인사들의 발언을 일일이 제어할 수도 없는데다 이들의 발언이 어디로 튈 지 예측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 관계자는 "외부 자문단에서 나오는 사견이 앞으로도 문제가 자주 될 것 같다"며 "그분들이 후보나 캠프에 누가 될 수 있으니 불필요한 발언을 자제해줄 것을 기대하는 것 말고는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외부 자문단 중에는 관료와 학자, 교수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이분들은 자신만의 언어로 얘기한다. 그 언어가 여의도 정치권에서 어떻게 재가공되고 유통되는 지에 대한 고민은 깊지 않다"고 말했다.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은 송영길 의원은 최근 "캠프 내부의 메시지가 하나의 창구를 통해 나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단도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 지지자들의 정제되지 않은 언어도 고민이지만 후보 개인의 돌출 발언도 안심할 수 없다.
총괄본부장을 수락한 송 의원이 첫 기자간담회에서 "문 전 대표의 81만개 일자리 공약은 내부 메시지가 잘못 나간 것"이라고 지적하자, 문 전 대표는 "후보는 바로 나다"라고 맞받았다.
◇ 安, 소신 집착 발언으로 참모진 골머리
문 전 대표에 비해 책임질 수 없는 수치화된 공약은 내놓지 않겠다는 스탠스이지만 정치인이라면 상대방을 협치와 대화 상대로 인정해야 비로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소신이 오히려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는 고민이다.
고민의 진정성은 의심하지 않지만 내용의 추상성은 극복해야한다는 우려가 안 지사 캠프 내에서도 당장 나온다.
이달 초 민주당 예비후보 등록 과정에서 언급한 '대연정'이나 최근 '미르·K스포츠 재단 선의'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것도 소신을 지나치게 강조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안 지사 지지층이나 예비 지지층이 당장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의 '성스러운' 소신만 강조하는 것은 전통적인 선거전략과는 사뭇 다르다.
안 지사 캠프 관계자는 "우리는 후보나 주변 인사의 말실수를 고민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화법의 문제"라며 "국민들은 당장 듣고 싶은 말이 따로 있는데 미스매치가 일어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대선은 가장 큰 선거인데 이 간극을 어떻게 좁힐지를 놓고 캠프 내부에서도 여러차례 토론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안 지사 본인도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다소 신중해졌다.
22일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론에 조건없이 승복할거냐'는 질문에 안 지사는 "(선의 발언으로) 지난 이틀간의 공포와 전율이 몰려든다"고 답해 좌중을 폭소케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면 미국와 중국 중 어디를 먼저 갈 것이냐'는 질문에는 '외교적 프로토콜', '3.1운동 기미독립선언', '안중근의 동양평화사' 등을 언급하다 패널로부터 "말을 어렵게 한다", "사모님과도 그렇게 대화하나" 등의 핀잔을 듣기도 했다.
소신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과 별도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만큼 '대중의 언어'로 다가가야하는 데 철학과 출신 특유의 화법을 구사하는 것을 중견 언론인들도 지적한 셈이다. 대척점에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한다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있다.
이달 초만 해도 5~6%에 머물렀던 안 지사의 지지율은 2주만에 20%대에 안착해 본격적으로 문 전 대표를 추격하는 모양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중도탈락 이후 '충청대망론'을 기반으로 중도보수층에서 인지도가 상승하고, 또 시대교체와 젊음을 키워드로 호감도도 올라갔지만 높아진 지지율 만큼 안 지사의 공약과 화법에 대한 검증 잣대는 한층 엄격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