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각 이유는 "영장청구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의 정도와 그 법률적 평가에 관한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추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법원은 혐의가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확신할 수 없고, 구속 필요성이 소명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의 권한을 넘어서 공무원이나 민간인 인사에 압력을 넣고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가 있다고 봤지만, 재판부는 민정수석의 직무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사정기관을 총괄하고 대통령 측근과 고위공무원 비리를 감시하는 민정수석의 직무 범위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아울러 '소명의 정도'도 약하다고 판단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민정수석실 업무의 대부분이 구두로 이뤄진다는 점으로 미뤄 특검이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사 기간이 촉박한 특검으로서는 우 전 수석을 보강 수사해 영장을 재청구하기는 물리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특검은 이번 우 전 수석 수사에서 '득'과 '실'을 함께 가져갔다. '실'은 당연히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남은 '핵심 실세'를 잡지 못한 것이다.
최후의 방법으로 우 전 수석을 수사기간내에 불구속 기소하더라도 구속영장이 기각된 상황에서 혐의 입증은 더욱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반면 '득'도 있었다. 수사 과정에서 우 전 수석이 뜻밖에도 자신에 적용된 모든 범죄 혐의를 "박 대통령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했을 뿐"이라고 떠넘기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혐의는 더 짙어졌다.
우 전 수석은 앞서 특검 조사에서도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면 밑으로 내리고, 밑에서 보고가 올라오면 위로 올리는 '가교 역할'을 했을 뿐이었다"고 진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우 전 수석의 신병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특검은 지난 60여일 동안 과거 특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고위급 인사를 구속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12월 21일 공식 수사에 착수한 이후 구속한 장관급 인사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 5명에 달한다.
이들 가운데 김기춘 전 실장, 조윤선 전 장관, 우병우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신임을 토대로 핵심 실세로 통했다.
장·차관급은 아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도 특검이 구속한 거물급 인사다. 이 같은 결과는 역대 특검이 달성하지 못한 성적이다.
다만, 특검 수사기간 연장이 사실상 물건너 가면서 이번에도 수사가 '완결'되기 어려워졌다.
특검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주도로 발의됐지만, 여당인 자유한국당이 강하게 반발해 국회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혹여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거부하면 연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행 특검법상 활동 기간 연장 승인권을 황 권한대행이 갖기 때문이다. 국회가 특검법을 개정해서 기간을 연장한다 하더라도 황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 지금의 특검은 종료될 수밖에 없다.
특검법에 규정된 1차 수사 기간은 70일로, 특검이 공식 수사에 착수한 지난해 12월 21일부터 날짜가 산정돼 이달 28일에 끝이 난다. 이때까지 수사 완료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황 권한대행의 승인을 받아 1회에 한해 30일 연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