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삼성·교보·한화 vs 금감원 "원칙대로"…중징계 전망

자살보험금 미지급 생보사들 중징계 방침, 최종 수위 결정까진 시간 걸릴 듯

자살보험금을 주지 않은 삼성생명과 교보, 한화 생명에 대한 징계안이 23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 상정되지만 최종 수위가 결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자살보험금은 재해사망보험 가입 2년 뒤 자살한 경우에 지급되는 사망보험금으로 삼성생명 1608억 원, 교보생명 1134억 원, 한화생명 1050억 원이 미지급됐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2014년 9월 "고객에게 약속한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권고를 내렸으나 이들 '생보 빅3'는 계속 지급을 미뤄오다 지난해 11월 금감원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영업 일부정지 또는 영업권 반납과 임직원에 대한 문책경고 또는 해임 권고’ 조치를 취하겠다고 통보한 뒤 태도를 바꿨다.


생보 3사는 하지만 '자살보험금 미지급의 경우 징계할 수 있다'는 제재 근거조항이 관련 법규에 규정된 2011년 1월 24일이후 발생한 미지급분만 주기로 최근 결정했다. 이는 전체 미지급 보험금의 2~30% 수준이다.

생보 3사의 이런 결정이후 징계가 예고된 수위보다 낮아질 것인지가 금융계의 관심사로 떠올랐으나 금감원은 이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5월 밝힌 ‘자살보험금에 대한 입장’에서 "보험회사는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어 만일 신뢰가 무너진다면 더 이상 존립할 수 없다"면서 "감독당국은 '보험회사가 약속한 보험금은 반드시 정당하게 지급돼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보험업계가 높은 수준의 신의성실 원칙을 지키도록 요구해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살보험금 사례에서도 일관되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고 앞으로도 어떤 형태든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고 단호히 대처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최근 "끝까지 원칙대로 가겠다"며 분명한 태도를 보였다. 금감원 내부에선 생보 3사의 자살보험금 일부 지급 결정에 대해 '제재를 피하기 위해 내놓은 꼼수'로 보는 분위기다.

금감원의 다른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생보사들의 꼼수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며 그동안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하겠다고 밝혀온 당국으로선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따라 23일 열리는 제재심의위원회에서는 금감원의 생보3사에 대한 중징계안이 상정될 공산이 크다. 이에 대해 당사자들의 소명이나 반론이 제기되고 심의위원간의 논의도 이어지면서 당일 징계가 결정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제재심이 몇 차례 더 회의를 열어 결국 영업정지나 임직원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결정할 경우는 금융위원회로 안건이 다시 넘어가 의결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생보 3사에 대한 최종 제재수위가 결정되기 까지는 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생보 3사가 자살보험금 일부 지급의 기준 시점으로 잡은 2011년 1월 24일(자살보험금 징계 근거 조항이 마련된 시점)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생보사들은 이 날 이전엔 자살보험금 미지급에 대한 징계를 할 근거가 없었기 때문에 감독당국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주장이지만 금감원 측은 "그건 생보사들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한편 금융소비자연맹은 21일 자살보험금 문제와 관련해 거듭 성명을 내고 "제재심의위원회는 알고도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계약자를 속이고 끝까지 소비자의 신뢰를 져버린 삼성, 한화, 교보생명 등 3개 생보사에 대해, 반드시 '영업 일부 정지, 영업권 반납'과 CEO 등 임직원에 대해서는 '해임권고 등'를 강력한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감원 제재심의원회는 민간위원들이 참여하는 금감원장 자문기구지만 사실상 금융회사들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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