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변상욱 대기자 (김현정 앵커 휴가로 대신 진행)
■ 대담 : 박준영 (영화 ‘재심’의 실제 주인공, 변호사)
영화계에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재심이라는 영화가 1등을 하고 있습니다. 재심이라는 영화는 2000년이죠. 전북 익산 약촌 오거리에서 벌어진 택시기사 살인사건과 관련된 겁니다. 목격자였던 15살 소년이 살인범으로 몰렸다가 10년 옥살이를 하고 재심을 통해서 억울함을 풀었던 그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 치고 받는 블록버스터 영화도 아니고 상업성으로 재미있는 영화도 아닌 것 같은데 지금 1등을 달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실제 모델인 박준영 변호사를 화제의 인터뷰에서 연결했습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십니까?
◆ 박준영> 안녕하세요?
◇ 변상욱> 영화 보셨습니까?
◆ 박준영> 네, 영화 봤습니다.
◇ 변상욱> 억울한 사람을 도와서 재심을 승리로 이끈 변호사, 실제 주인공으로서 영화를 보셨는데요. 주위에서 뭐라고 인사를 건네던가요?
◆ 박준영> 주위에서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고 인사도 많이 받습니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배우 정우 씨가 제 역할인데요. 생긴 게 많이 달라가지고 영화 보는데 집중이 안 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웃음)
◇ 변상욱> (웃음) 맨 처음에 강하늘 씨하고 정우 씨가 주연으로 캐스팅되어 갈 때도 두 사람의 이미지가 잘 맞을까 그런 걱정이 많기는 했겠어요?
◆ 박준영> 그렇습니다. 특히 강하늘 씨가 범인 역할인데 10년의 억울한 옥살이를 한 범인의 역할, 법적으로 살인범, 그런 역할을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처음엔 솔직히 들었습니다.
◆ 박준영> 제가 이 사건을 접한 게 2010년 여름이었거든요. 제게 사건을 소개해 주셨던 분이 SBS 이대욱 기자셨습니다. 이분이 영화 관계자들을 만나서 의뢰를 했는데 이분이 의뢰를 한 이유가 재심이 어렵다 보니까 세상 사람들이라도 최 군의 억울한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의뢰를 했다고 합니다.
◇ 변상욱> 그렇군요. 참 영화 같은 얘기입니다. 그렇게 해서 또 영화가 만들어지고요. 누명을 썼던 최 군, 지금은 나이가 꽤 드셨습니다마는 이 영화를 봤다고 하던가요?
◆ 박준영> 최군과 최군의 어머니가 함께 영화를 봤는데 많이 울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영화에 대해서 어떤 느낌 받았냐는 건 묻기가 어려웠고요.
◇ 변상욱>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 박준영> 지금 현재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열심히 잘 살고 있습니다.
◇ 변상욱> 다행입니다. 억울하게 살인자의 누명을 쓰고 10년 옥살이. 그걸 영화로 만들었습니다마는 억울한 사람이 억울한 누명을 풀었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그런 영화일 것 같은데 이 영화를 통해서 변호사님 입장에서는 이런 걸 좀 봐주셨으면 이런 게 있을 것 같습니다.
◆ 박준영> 네, 이 영화는 법정영화가 아닙니다. 그래서 법정영화를 기대한 분이라면 실망하실 겁니다. 하지만 억울한 누명을 쓴 사람과 그 가족의 고통,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진솔하게 담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영화를 통해서 억울한 분들의 고통에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또 침묵하지 않고 진실을 말하는 용기와 선한 연대가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변상욱> 억울한, 약한 사람들, 약자들의 입장 그리고 침묵이 아닌 진실을 외치는 용기. 그런데 변호사님 별명이 많으세요. 재심 전문 변호사, 파산 변호사. 그러니까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말고도 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 삼례 나라슈퍼 강도사건... 용의자들의 무죄를 이끌어낸 사건들이 여럿 있으셨던 거죠?
◆ 박준영> 네. 그랬죠.
◇ 변상욱> 재심 사건 그런 사건을 다룰 때 뭔가 한계가 많을 것 같은데요?
◆ 박준영> 그런 별명을 들을 때 저는 약간 부담도 되기는 합니다. 왜냐하면 전문 변호사라 하면 사람들이 기대를 갖거든요. 그런데 재심이 또 쉽지 않다 보니까 부담도 되고요. 파산 변호사라는 건, 또 살만 한데 자꾸 들으니까 위축된다는 느낌도 듭니다. 그래서 제가 책을 낸 게 있습니다. 책 제목이 ‘우리들의 변호사’거든요.
◇ 변상욱> 우리들의 변호사요?
◆ 박준영> 네, ‘우리들의 변호사’가 되고 싶고 또 우리들의 변호사로 불리고 싶습니다.
◆ 박준영> 네. 경제적으로 영리활동을 지금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떻게 앞으로 해야 할지 암담한 부분도 있기는 하는데요. 돈을 받고 하는 사건을 하다 보면 제가 지금 맡고 있는 사건이 전혀 진행이 안 되어 버리거든요. 그래서 뭔가 또 해결책이 나오리라 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 변상욱> 그래서 변호사이신데도 불구하고 파산에 들어가셨던 겁니까?
◆ 박준영> 네, 작년 말, 작년 여름에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파산 상태까지 된 거고, 법적으로 파산을 한 건 아닙니다.
◇ 변상욱> 그럼 이제는 그렇게 곤란한 지경에서는 벗어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 박준영> 네, 작년에 1만 8000여 명의 시민들이 후원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그 후원금으로 지금 잘 살고 있습니다. (웃음)
◇ 변상욱> 잘 살고 있다는 뜻이 어떤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아무튼 용기를 내서 계속하던 일을 계속하고 계시다는 뜻이겠죠. 그런데 사실은 억울한 사람들을 돕는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고 그 힘과 용기가 본인의 어디에서 나온다고 생각하십니까?
◆ 박준영> 그래서 이런 질문 자주 받는데요. 제가 최근에 정유라 특혜 의혹 자체 조사하고 시위에 나섰던 이대 김혜숙 교수님이 하신 말씀을 제가 기사를 통해서 봤는데요. 그 말씀으로 제 답변을 대신하려고 합니다. ‘이 독한 세상에서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순수한 가치를 수호하려고 했던 그 자세로 살아남아야지 그래야 이기는 거다.’ 저는 정말 제대로 이기고 싶었거든요.
◇ 변상욱> 알겠습니다.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 박준영> 저는 지금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놓고 살지는 않았습니다. 상황에 따라서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게 또 중요하다고 봤거든요. 그렇다고 앞날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제가 믿고 의지하는 말이 있는데요. ‘사람은 살아온 대로 살아간다.’입니다. 지금까지 이어온 대로 또 앞으로 해 갈 거라고 생각하고 저 나름 기대하고 있습니다.
◇ 변상욱> 세상에서 전문직을 갖고 있는 사람들, 지식인이라고 불릴 수 있는 사람들이 이런 용기와 태도를 늘 견지해줬다면 우리가 국정농단이라는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박준영> 네, 감사합니다.
◇ 변상욱> 영화 재심 실제모델이죠. 박준영 변호사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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