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가 급한데…119 구조대원의 '한숨'

입안 헐었다고 구급차 불러…"비응급환자,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하고 신고해줬으면"

구급차 내부.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 경기도재난안전본부 제공/자료사진)
"저도 반창고 하나 붙여주고 이송하면 편하죠. 그런데 그런 사람들 때문에 구급차를 못타보고 돌아가시거나, 멀리 있는 구급차가 오기 때문에 위독해지는 분들이 실제로 계세요. 생명을 구하는 구급대원 입장에선 안타깝죠."

지난해 4월, A(26)씨가 술에 취한 목소리로 119에 전화해 구급차를 요청했다.

머리가 아파 병원에 가야할 것 같다는 것.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A씨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응급실에 도착한 A씨는 치료도 받지 않고 10분 만에 병원에서 사라졌다.

결국 광주소방서 특별사법경찰은 병원에서 A씨가 진료를 받지 않은 사실을 확인,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만 원의 과태료를 처분했다.

당시 출동한 광주소방서 구급대원은 "A씨가 술을 마신 상태라 구급대원들에게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며 "그분들이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하고 신고를 해주면 그 시간에 더 위급한 환자를 살릴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1분 1초가 아까운 119 구급대원들에게 단순 감기나 작은 열상, 치통 등 위급하지 않은 비응급 환자들의 신고는 허탈한 마음마저 들게 한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119구급차를 이용한 179만 3000명 가운데 외래방문, 예약환자 등 기타 이송 건수만 5만 5867명으로 집계됐다.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경기도재난안전본부 제공/자료사진)
실제 현장에서 구급대원들이 느끼는 체감은 수치 그 이상이다.

수원소방서의 한 구급대원은 "입안이 헐거나, 손가락이 베이면 큰일이 난 줄 알고 구급차를 불러 병원을 가는 사람도 있다"며 "응급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뒤 병원에 직접 가라고 설명해도 오히려 화를 내며 구급차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국민안전처는 이와 관련해 '2017 비응급 상습이용자 저감 추진 대책'을 내고 신고접수단계부터 비응급환자 이송요청을 자제하도록 했다.

현장에서도 비응급환자에 대한 이송요청 거절을 원칙으로 하고, 허위신고 후 구급차를 이용한 사람이 해당 응급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지 않은 경우 진료기록 대조를 통해 과태료 200만 원을 부과하도록 했다.

그러나 구급대원들이 현장에서 민원을 감수하며 환자 이송요청을 거절하거나, 복잡한 절차를 거쳐 과태료를 부과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

지난해 비응급환자 이송거절 건수는 2904건에 불과했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비응급환자에 대해 이송거절을 확실히 해야 하는데 국민정서상 현장까지 와서 응급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매몰차게 거절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결국 성숙한 시민의식이 근본적인 해결대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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