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1위 총수를 향한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에도 불구, 특검의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받아들인 것은 결국 특검이 보강 수사를 통해 찾아낸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이 부회장간 '대가성' 연결고리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 보강 수사로 삼성 합병 넘어 이재용 승계 '대가성' 따른 '적극' 지원 입증
이에 따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1차 기각'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차 영장 기각 때 '강한 유감'을 표했던 특검이지만, 특검 역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지난번 기각 뒤 삼성 뇌물죄 수사에 그야말로 칼을 갈았다. '삼성 특검이냐'는 비판까지 일었지만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특검법에는 명백히 삼성 등 대기업이 민원 해결을 위해 최씨 일가에 금품을 제공한 의혹을 조사하도록 돼 있다"면서 "국정농단 의혹을 규명하려면 삼성 뇌물죄 수사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이후 특검은 뇌물죄 입증을 위해 검찰에서 넘어온 휴대전화부터 USB 등 수천가지 자료를 이잡듯이 뒤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한 관계자는 "안종범 수첩을 비롯해 삼성 수뇌부 및 주변 관계자들과 주고받은 문자 등을 모두 수집해 독일 마필 추적하고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를 압색하는 등 관련 자료들을 있는대로 긁어모았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특검은 공정위와 금융위가 청와대 지시에 따라 삼성 합병에 유리한 조건을 만든 정황을 확보했다. 또 지난해 10월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뒤에도 삼성이 이른바 '말세탁'을 하고 허위계약서까지 작성하면서 은폐한 물증을 확보할 수 있었다.
특히 "말세탁에 쓰인 수십억원 상당의 '블라디미르' 제공은 뇌물공여의 '적극성'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이는 강요에 따른 것이 아니라 삼성 합병을 넘어 이 부회장의 승계 완수를 대가로 대통령 요구에 '적극' 부응한 것을 증명한 셈"이라고 특검은 강조했다.
◇ 이재용 '뇌물죄' 보강수사로 朴 혐의 더 짙어졌다…수사 기간 연장도 불가피
이 부회장이 구속되자 삼성그룹은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전히 삼성은 청와대 강요에 따른 피해자이고 어떤 특혜도 받지 않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 구속으로, 남은 수사는 물론 향후 재판까지 가게 되면 이 부회장과 '비선실세' 최순실씨는 물론 국정농단 사태 정점인 박 대통령 모두 사면초가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김칠준 변호사는 "지난번에는 이 부회장이 최씨에게 대가성 금품을 지급하고, 정부 차원에서 삼성에 특혜를 준 것은 드러났음에도 박근혜-최순실간 연결고리가 명확하지 못했던 것이 기각 사유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각 뒤 보강 수사를 통해 차명 전화로 570여차례 두 사람이 끊임없이 통화한 것이 드러나면서 공모관계가 확실해졌고 박 대통령이 단순히 정무적 판단으로 삼성이라는 대기업을 지원한 게 아니라 최씨로 연결되는 대가관계로 지원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검이 이 부회장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혐의 입증에 보다 주력할 것이고, 향후 재판부도 특검이 수집한 증거들을 법정에서 찬찬히 살펴보게 되면 대통령 대면조사여부를 떠나 뇌물죄를 인정하는 데 충분한 근거가 확보된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도 "이 부회장이 먼저 구속됐다면 안종범 수첩 39권, 박-최간 차명통화가 안 나왔을 것"이라면서 "1차 기각으로 특검이 더 깊이 파고든 끝에 뇌물죄 혐의가 심도있게 규명됐고 이는 결국 대통령에게 훨씬 더 불리해진 증거들만 확보된 셈"이라고 말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1차 기각 뒤 촘촘해진 혐의 입증과 이 부회장 구속까지 맞물리면서 박 대통령에게 대면조사는 더이상 선택사항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그는 "'박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 이동흡 변호사가 삼성 뇌물죄 인정 안되면 탄핵 사유가 안된다'고 말한 만큼, 뇌물공여자인 이 부회장의 혐의가 인정된 이상 뇌물수수자로 지목된 박 대통령은 조사를 피할 수 있는 명목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박 대통령의 구속 사유도 충분하고 탄핵도 사실상 현실화 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내다봤다.
이 변호사는 아울러 이 부회장 영장 기각으로 인한 재청구 타이밍 또한 '절묘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구속 가능 기간 연장 만기 20일을 보장하려면, 열흘 남짓 남은 수사 기한을 연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역시 1차 영장이 기각된 뒤 재청구까지 3주라는 시간이 걸리면서 특검 수사 기간을 연장 역시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이를 무시하기엔 부담을 느낄 것이란 분석이다.
결국 1차 청구 때 이 부회장이 구속되지 않은 이런 상황이 결국 특검 수사에는 '전화위복'이 되면서 "정의는 살아있다"는 여론의 지지와 더불어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