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의 핵심 인물로 우 전 수석을 꼽아온 특검이 우 전 수석의 신병까지도 확보할 지 주목된다. 특검은 전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아 박근혜 대통령 뇌물죄 수사에 한층 탄력을 받은 상태다.
특검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박근혜-최순실 일가의 국정농단을 알고도 묵인하는 등 직무유기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미르, K스포츠재단에 대한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의 내사를 방해하기 위해 민정실 특별감찰반을 동원해 무력화를 시도했다는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도 있다.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공무원들을 불법 감찰한 뒤 인사에 개입해 한직으로 좌천시켰다는 의혹도 받는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을 불러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일가의 국정농단을 실제로 알고 있었는지, 이 전 특감의 내사를 방해하려 한 정황이 있는지, 문체부 감찰과 인사개입 의혹이 사실인지 등을 집중 캐물을 방침이다.
다만 우 전 수석과 관련된 수많은 의혹들, 예를 들면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수사 개입 의혹이나 변호사 재임시절 수임비리 및 탈세 의혹 등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법 2조 9호와 10호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이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을 방조·비호했다는 의혹,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내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이 수사 대상이다.
특검은 이같은 수사의 '본류'에 해당하는 우 전 수석의 혐의와 관련한 상당부분의 정황증거를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특검 관계자는 "외부에서는 특검의 우병우 수사가 미진하다면서 비판을 하고 있지만, 사실 지난 1월 하순부터 관련자를 소환조사하는 등 한 달가량 많이 진행됐다"며 "우 전 수석을 불러 사실관계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실 법조계 안팎에서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은 숱하게 나왔다. 박영수 특검도 수사 초기 검사 출신인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 전 수석 등 2명을 "가장 수사가 쉽지 않은 상대"로 꼽았었다.
이에 대해 이 특검보는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소환이 늦어진 이유는 사전조사가 지연됐기 때문이지 소환과 관련한 사정으로 지연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특검은 이달 초 이석수 전 특감 뿐 아니라 백방준 전 특감보, 차정현 특별감찰과장을 비공개로 소환조사했다. 청와대 민정실 관계자들도 불러 민정실의 구두 보고와 지시 정황 등을 파악한 상태다.
특검은 또 우 전 수석의 아들을 서울경찰청 운전병으로 선발한 백승석 경위, 우 전 수석의 가족회사 '정강'에 이우환 화백의 작품 등 수억원대 서화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진 갤러리 학고재 우찬규 대표 등도 불러 조사를 벌였다.
다만 특검은 압수수색을 거부한 청와대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각하된 만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확보한 유의미한 증거는 없는 상태로 소환조사를 벌여야 하는 처지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을 상대로 강도 높게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나 재소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