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압수수색 무산…우병우 수사도 '빨간 불'

우 전 수석 의혹 풀 핵심 증거 확보 어려워져…이번주 소환조사 실익 '의문'

박영수 특별검사. (사진=박종민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가 압수수색을 거부한 청와대를 상대로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각하되면서, 특검의 '우병우 수사'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압수수색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겨냥한 수사 '성패'까지 결정지을 핵심 과정이었단 것이 특검의 평가다.

17일 특검 등에 따르면 특검은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등 혐의를 입증할 정황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청와대 민정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필수적이라고 내부적으로 판단해왔다. 영장 청구 여부를 넘어 향후 유무죄를 판단하는 데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이었다.


물론 구두 보고와 지시가 대부분인 민정실의 업무특성을 고려하면 압수수색으로 인한 뚜렷한 성과가 없을 수도 있지만, 특검이 내부 컴퓨터 하드디스크나 문서화된 자료 등을 확보하면 수사의 '폭발력'과 '정확도'는 훨씬 달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전날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국현 부장판사)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각하함에 따라, 특검의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는 '실탄'이 부족한 상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특검 관계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압수수색은 '우병우 수사'의 핵심이었다"며 "수사를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특검은 이번주 중 반드시 우 전 수석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며, 여의치 않을 경우 주말 조사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블랙리스트-삼성 수사를 마무리짓고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도 이른 시일 내에 종결하려는 구체적인 계획도 세운 상태다.

특검은 전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수사기간 연장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사실상 받아들여지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이미 "수사기간 연장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고 부정적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특검은 수사 기간 종료일인 오는 28일 이전 최대한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를 결론낼 계획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특검 내부에서도 "우 전 수석을 둘러싼 의혹이 숱하게 많지만, 범죄혐의가 되는 부분을 추려 본다. 수사는 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최순실 일가의 국정농단을 알고도 묵인하는 등 직무유기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미르, K스포츠재단에 대한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의 내사를 방해하기 위해 민정실 특별감찰반을 동원해 무력화를 시도했다는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도 있다.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공무원들을 불법 감찰한 뒤 인사에 개입해 한직으로 좌천시켰다는 의혹도 있다.

하지만 법원의 이번 각하 결정으로 우 전 수석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 확보를 못한 상태에서 우 전 수석을 소환조사 하게 됐다.

우 전 수석이 자신의 혐의관련 증거를 인멸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특검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압수수색해 증거를 확보하려고 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직무유기 혐의와 같은 혐의의 '큰 줄기'는 쏙 빠지고 개인비리 등 혐의만 남지 않겠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한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우 전 수석 일가의 차명재산 등 개인비리 의혹도 특검이 본다고 하는데, 특검 수사의 핵심은 국정농단"이라며 "민정실에서 실제로 업무를 주고받은 내역 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로 수사가 끝나면 검찰 수사를 넘어 특검 수사까지 한 의미가 상실되는 것 아니겠나. 법원 판단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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