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김정남 피살 등 심상찮은 북한의 움직임에 "안보는 보수"를 자처했던 국민의당은 기존의 사드배치 반대 당론 철회를 진지하게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박지원 대표와 주승용 원내대표 간 이견 노출로 모양새를 구기게 됐다.
박지원 대표는 16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17일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사드 반대 당론 철회 등을 논의하지 않겠다"며 "제가 당대표인데 제가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하면 그것은 곧 파이널, 최종적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 대표는 "사드는 그 자체의 성능도 아직 검토 단계에 있고 확정된 것은 아니다. 사드 배치로 인해서 지금 중국과 러시아 정부를 자극해 엄청난 경제보복이 시작됐다"며 당론 철회 논의 시점이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날 주승용 원내대표가 "국민의당은 안보는 보수라는 걸 자처해왔다. 이렇게 변화되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를 반대할 명분이 많이 약해졌다"며 당론 철회 의견을 모으겠다고 한 발언을 정면으로 뒤집은 셈이다.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 역시 "사드 배치는 한미 양국이 공식적으로 이미 합의한 내용을 고려하면서 국익에 부합되게 해결해 가겠다"며 조건부 배치로 입장을 바꿨지만, 박 대표가 "당대표인 제 의견이 파이널"이라고 반박하면서 이견 조율이 원만하지 않음을 내비쳤다.
특히 박 대표는 주 원내대표의 논의 필요성을 "개인적인 의견"으로 국한하면서 신중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대표가 사드 반대 당론 철회 시기상조론을 꺼내든 이후에도 주 원내대표는 CBS노컷뉴스에 "당내에서 사드를 찬성하는 기류가 있다면 당연히 논의해야한다. 다음주 화요일에 의총에서 논의하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사드 배치 반대 당론 철회를 놓고 당 지도부간 이견이 노출되는 배경에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향후 중도보수층을 향한 구애와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 가능성을 어느 정도 선까지 열어놓을 것이냐는 시각차가 존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도보수층만을 의식해 당론 철회에 이어 사드배치 찬성으로까지 의견이 모아질 경우 남북 관계가 강대강 대결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과거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근간도 빛이 바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호남민심 이탈이라는 '집토끼'도 놓칠 수 있다는 내부 분위기도 감지된다.
특히 과거 국민의당이 사드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할 때 여야를 향해 날을 세웠던 점도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지난해 7월 국민의당은 '의사결정의 민주성 결여'와 '무기체계로의 무용론' 등을 내세우며 정부의 사드배치 결정을 거세게 공격했다.
특히 사드배치 반대 당론 결정을 미뤘던 당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향해 "새누리당으로 돌아가려느냐", "민주당에서 김종인 대표만 사드를 찬성한다"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