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한국전력의 ‘NH농협 2016~2017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대한항공의 세트 스코어 3-2 승리로 끝난 이날 경기는 1세트 경기 도중 한국전력 세터 강민웅의 유니폼이 문제가 되며 30분 가까이 지연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양 팀 감독은 물론 김형실 경기운영위원장과 서태원 심판위원장, 박주점 경기 감독관, 주동욱 심판감독관이 동료와 다른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나선 강민웅의 거취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경기장을 찾은 배구팬은 물론, TV중계를 통해 고스란히 안방에 전달됐다.
이 때문에 해당 관계자는 물론 한국배구연맹(KOVO)의 미숙한 처리가 지탄을 받았고, KOVO는 16일 연맹에서 대한항공-한국전력 경기 관계자의 상벌위원회를 열어 중징계할 계획이다. 경기 전 강민웅의 다른 유니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감독관과 경기 전 유니폼을 확인해야 하는 심판진 모두가 징계 대상이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논란이 된 부분은 한국전력의 1세트 점수 삭감이다. 대한항공이 14-12로 앞선 상황에서 강민웅이 ‘부정선수’로 간주돼 퇴장 조치됐고, 강민웅이 코트에 있는 동안 한국전력이 얻은 11점이 삭감돼 점수가 14-1로 조정된 탓에 1세트는 대한항공이 25-8로 승리했다.
과연 해당 경기에서 한국전력의 11점 삭감은 옳은 판정이었을까. 결론은 ‘그렇다’이다.
3년 전 유사한 사례로 개정된 V-리그의 로컬룰에 따라 동료와 다른 유니폼을 입은 강민웅은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선수였다. 하지만 박주점 경기감독관이 경기 전 유니폼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강민웅의 출전 여부를 묻는 한국전력에 ‘가능하다’는 답을 줘 1차적인 문제가 벌어졌다.
결국 강민웅은 동료의 유니폼을 덧입고 코트에 나섰지만 이 역시 박기원 대한항공이 문제를 제기했다. 다만 박기원 감독이 사용한 ‘부정선수’라는 표현은 운영요강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KOVO 관계자는 “현 규정상 강민웅은 경기 중에라도 동료와 같은 유니폼을 입었을 경우 정상적으로 코트에 나설 수 있었지만 뒤늦게 공수한 유니폼마저 동료와 달랐기 때문에 경기에 투입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KOVO의 상위 단체인 국제배구연맹(FIVB)는 어떤 규정을 두고 있을까.
이를 제외하고 강민웅의 사례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규정은 없다. 하지만 이런 경우 해당 상황에 준하는 규정을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 FIVB 규정에서는 가장 유사한 사례를 5장 15절 9조 2항 3호 ‘불법적인 교대가 범해진 이후 얻어진 반칙 팀의 점수는 취소되고 상대팀 점수는 유효하다’에서 찾을 수 있다.
또 3장 7절 7조 2항 ‘기록원은 로테이션 반칙이 이뤄지는 정확한 순간을 결정하고 반칙 이후에 얻어진 모든 점수는 취소되어야 한다. 상대팀 점수는 유효하다. 로테이션 반칙이 일어난 순간을 결정할 수 없다면 점수의 취소는 없으면 상대편에 1점과 서비스권을 주게 되는 제재가 주어진다’고 했다.
해당 경기에서 뒤늦게 잘못된 유니폼을 받은 강민웅이 대한항공이 4-1로 앞선 상황에서 선발 출전한 황원선과 교체돼 코트를 밟은 만큼 대한항공은 14점을 그대로 유지하되 한국전력은 강민웅의 투입 전 점수인 1점으로 돌아가야 했다.
결과적으로 강민웅의 투입을 결정한 것은 이날 경기 감독관 및 심판의 분명한 실수였지만 한국전력의 점수를 1점으로 되돌린 것은 옳은 판단이었다.